나의 이야기

'그사람'의 침묵...

라금덕 2012. 4. 3. 00:40

비가 시도 때도없이 오는가 ?

아닌 듯 하다.

마음이 천근 만근  무거워서 어쩌지 못하고...

식은 땀만 뻘뻘 흘릴 때는 여지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까지 내려버리는 듯 하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채 정돈되지 않은 마음의 이어짐이 그 '그리움'을 혼탁하게 휘젓고만 있고,

손을 짚어 본 방바닥의 끈적끈적함이,

어수선한 나의 일상을 용케도 되새기게 한다.

안절부절 못하고 - 꼬리 잡으려고 맴도는 강아지 모양으로 -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지만,

달리 뾰족한 방법은 조금도 희망이 뒤따라주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이 순간 그 '현존'만이......

눈을 깜박이며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환영처럼 진저리치게 하는 그 모습이 꼭 - 마냥 그 자리에,  눈이 멈추어서는 이곳 또는 저곳 -

사방팔방에 서 있는 듯 하다.

그 "크리스마스 캐럴(Christmas carol)" 속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환영따라 화들짝  놀란 가슴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적도 부지기수 이다.

사막 한 가운데의 오아시스(oasis)를 찾아 떠도는 신기루가 그 사정 또는 그 심정일까...

도무지, 인간의 힘으로는 정신차릴 수 없는,

감내할 수 없는 아스라한 그 '그리움'만이...

......

이유도 딱히 알아채지 못하는 짙은 농도의 먹구름이 가슴 그득 서려있다.

그저, "나를 믿자. 분명 내가 세상에 던져진 이유가 있다..."

꿈처럼,  기적처럼,  메아리처럼...

어느 날에, '그사람'을 마주 대하게 되었고,

그런 꿈 꿀 수 조차 없는 운명마저 깃든 '현존'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런데도...)

가슴 그득히 먹구름은 그 색깔의 농도를 더해만 간다.

(나는)

'횡포'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순무식하게...)

기쁨에 등돌린 부정적인 생각이 불쑥불쑥 스치고 지나가듯이,

나를 툭하니 치고 지나간다.

상처가 난다. 

피가 듬뿍듬뿍... 줄줄 흘리고만 있다.

이유를 알고 매를 맞아야만 한다고까지 이야기를 했는데도,

'그사람'은 정처없이 묵묵부답이다.

......

나는, 이를 어쩌지...

가슴 그득한 그 '그리움'만으로도 벅차게 숨도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지경인데...

'그사람'의 결연한 침묵으로 인해, 

그 '그리움'말고도,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목을 부단히 조여오는 먹먹함이 거의 미칠 지경이다.

'그사람'의 침묵은 왜 일까...

'그사람'의 침묵은 무엇일까...

나의 무분별한 그리움의 표현이 잠자코 있어서일까...

'그사람'이 쪽 팔리는 것은 - 부끄러운 것은 순간이라고 내게 이야기해주었는데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무분별함으로 인해 앞 뒤 가리지 않고,

가슴 찰랑찰랑 넘쳐나는,  차오르는 열정만 부려대면 되는 것일까...

비가 그치고 난 후,

오랫만에 세상을 뒤엎고 있는 저 햇빛을,

감히 누려보지도 못하고,  덩달아 그 빛을 바라다 볼 아무런 이유도 없다.

'그사람'의 침묵은 내게 지엄하다.

(쪽 팔리다: (속되게) 부끄러워 체면이 깎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