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네거리에서
굴뚝같은 그 '사랑' 손 안에 온전히 쥐어보려면 아직도 턱도 없다고...
꼴랑 KTX 뿐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정녕 이대로 숨죽이며 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는 없다.
참으로 감당할 수 없을 듯한,
참으로 견뎌낼 수 없는,
참으로 순순히 감내할 수 없을 듯한 그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용케도 가슴 움켜쥐고 살아내고 있음은 그야말로 다행인 셈이다.
목을 길게 뽑고서 마냥 그 환희스런 "해후"의 순간을 고대하고 있지만,
마치 잠결의 꿈처럼, 꿈꾸어 왔던 '꿈'을 보고 다시 그 '꿈'을 꾸기 때문이다.
곳곳에...
낯모르는 사람들 투성이다.
세상 속에 흐르는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뭇사람들의 뻔뻔하기만한 아우성들이 번잡하다.
그 속에서 여전히 발소리 죽이고 살금살금...
숨소리마저 감추어 둔 미미한 느낌이다. 나란 존재감은...
지독한, 그 아픔과 간절한 소망의 잣대도 서투른 채,
외로움이, 지독히 부끄러운 외로움이 물밑듯이 쏟아지고 달겨든다.
어쩌자고...
서둘러서 번잡함과 왁자지껄함의 수렁을 피해야만 하고,
숨을 곳을 헤매이어야만 하지만,
마땅히 그럴만한 위인도 못된다. 측은한 느낌이 여전하다.
사람들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청각을 자극하고,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 바람결에 묻어나는 선듯함을 애써 떨쳐버리려는 모습이다.
'사랑'일까...
'그게 사랄이라면...'
허둥지둥 헐레벌떡 움직여 본다. '그사람' 찾아서 무작정 나선다.
그게 '사랑'일까...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과감히,
'세상의 잣대로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어울림의 조화가 덜할지는 몰라도,
두 손 두 팔벌려 하늘 우러르듯이 사모하고 흠모하고 있어요...' 고 항변할 태세이다.
허름함, 초라함, 부끄러운 외로움... 등은 쉽게 가셔지지 않을 모양이다.
이렇게 우울함이 소리 소문없이 가랑비에 옷자락 젖어들 듯이 살아나는 것인가...
다시 두려운 불안이 첩첩이 포개어 진다.
어쩌면, 훗날,
먼 훗날 이모양대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면 - Hong Kong 에서 배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
이 자리, 이곳은 추억이 물씬 묻어나는 그런 숨겨진 연인들의 장소가 될 것이다.
'사랑의 추억'...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유독 숨겨진 이야기 속의...
흡사 '이십 년후의 약속' 같은 영화 속...이야기 속의 주인공도 감히 꿈꾸어 보는,
그런 연인들의 장소가 될 것이다.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
비가 분명 오고야 만다고 예보되어 있었음에도...
다행일까... 우산도 챙겼다.
가슴 속의 격정은 기쁨에 한껏 들떠있건,
어처구니 없는 세상 속이 볼썽사나운 것에 의하건,
끝마무리는 알 수 없는 후회와 침묵이 어김없이 뒤따를 뿐이다.
침묵은 참... 곤혹스럽다.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은 참으로 복잡미묘하고 이상 야릇한,
표정과 몸짓, 손놀림 등등...
온갖 수려한 연기를 짐짓 지어보이지 않으면,
막급한 후회와 함께 가슴은,
더 크나큰 괴로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만히 숨죽이고,
숨을 다시 고르 듯 지나가던 길에,
길가 담벼락이든, 길가의 전봇대이든, 지하철 입구 계단의 손잡이 난간이든,
부여잡아야만 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어느 네 거리!
이곳은 훗날, 먼 훗날 내게는 감출 수 없는 ,
기쁨에 들뜬,
미어지는 ... 저미어 드는 괴로움에 몸둘바를 몰라했던,
저 머나 먼 - 그렇지만, 바로 얼마 전의 이야기들을 생생히 하려는 듯이...
무슨 사진 속의 증명처럼 읊조리는데 어엿한 '그곳', 그 공간의 기억이 서려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