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제: '그사람'

라금덕 2012. 4. 14. 21:03

누누이...

눈앞에 펼쳐보이는 세상 속에서, 눈앞에 움직거리는 그 모든 대상이 오직 '그사람'만으로 환치될 뿐이다.

무릎 꿇어가면서 가슴 쥐어 뜯는 형국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연민의 정' 또는  '측은지심'으로  저 쪽 먼 산의 글썽거림은 대물림된다.

눈앞에 보란 듯이 불가항력적으로 펼쳐지는 세상의 모든 대상이 '그사람' 이기는 해도,

그 깨알같은 아득함이란...

도무지 제대로 된 모습을 기약할 수도 없다. 

아지랑이처럼 손을 내뻗어도 저만치... 옮겨지고, 아프리카 사막 한 가운데에서의 신기루 닮은 희미하기만한 그 아득함이란,

차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

물론, 내게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속앓이 같은 인간적인 순수한 고뇌는 있다.

뒤돌아서서 맨 주먹으로 무참히  회섹빛 담벼락을 쳐대면서 벌겋게 묻어나는  진득진득한 선혈을 바라다 보는 응어리,

발등을 질끈 눈감고 돌멩이로 내리쳐대는 애닯은 사연,

자동차가 앞 만 보고 달려대는 도로 위를 무단횡단 하듯 횡으로 눈감고 뛰어 보는 무모한 몰입...

그래야만 살아 남을 수 있을 듯한,

그런 인간적인 고뇌는 분명, 생생하게 나로서도 꾸준히 목격된다.

다만, 숨겨진 엄청난 사연들은 깊숙이 저 밑으로, 저 안으로 밀어두고 꼭꼭 잠가둘 수 밖에 없다.

텔레비전 드라마(drama)속의, 여주인공의 흔한 일률적인 극중 대사처럼,

"내가 누구야?"

"내가 당신한테 어떤 의미인데...?"

"내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데...?"

이 다음에, 아주 멀고 멀어진 저 쪽 만치 이 다음 훗날에, 

묻고 묻어 두었던  속내를 새빨갛게 감추어 둔 인간적인 고뇌가,

무슨 천 년 역사 속의 무령왕릉이 발견되고, 내내 안으로만 수 천 년  간직하고 있던 성령이 깃든 모든 유물이 햇빛을 보고,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놀라움을 주는 것처럼,

이다음에라도 그런 기억들이 속속, 문득 생각나거든,

아... 아! 그래요, 그 즈음에 나는 이러저러한 고뇌와 갈등, 고통, 그리고 간당간당한 갈망이 있었습니다...고,

고백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일부러 참담한 인간적인 고뇌를 선사시대 유물처럼 기억 속의 저 쪽 편에 뒤돌아 세우는 것은 아니다.

눈물 주먹으로 훔치면서 마직막 전차를 타려는 그 허름함도,

'그사람'의 자동차의  미등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아야만 하는 운명같은 골목길 가로등 아래의 그런 왜소함도, 구차함도,

그 어느 것도  '그사람'의  '그림처럼 곱고 예쁜 모습'에는 절대적으로 비견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그사람'만이 하염없이  보살펴 주는 '그렁그렁한' 그 갸륵한 사랑에는,

나란 존재감은 한낱 먼지 같은 희미한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