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언젠가 어디선가 어느 자리에선가 옆자리의 여자 셋 이서 왁자하게 떠들고 있었다.
여자 1: "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돼..."
여자 2: " 친정집이 잘 살아야만 무시당하지 않아..."
여자 3: " (결혼은) 서로 비슷한 집안끼리 맺어져야만 하는 것..."
나는 어쩌다가...
어꺠가 아프도록 가방을 질질 끌다시피 축 늘어뜨린 채, 그 어디라도 발이 부르트도록 옮겨다녀야만 하는가...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그사람' 다녀가고...
목소리 닿을려고 어김없는 설레임에 전화기 매만지고 숨죽이고 있다가,
손수 운전하는 자동차 없이 전차 개찰구 통과하다가 - 그 짧은 순간의 부주의가,
'그사람'의 찬란한 목소리가 닿지 못했다.
"부재중 전화" (음성 부재중 수신) 모년 모월 22일 오후 3:12,
황급히 황망하게 전화를 해댄다.
발신통화:(음성발신통화): 모년 모월 22일 오후 3:15 이었지만...
끝끝내 밤이 다 새도록 긴긴날 '그사람'은 종일토록 닿지 않았다.
굳게 앙 다물어진 입은 좀체로 열어지지 않고 주위의 사람들이 나를 드문드문 피하는 형국이 다시 도래한다.
하늘에는 달이 뜨고 날이 밝고 구름 한 점 없는 새로운 날의 하늘에도 불구하고 팔 걷어부치고 아무라도 부딪칠 것 같은,
위기감과 전운만 강요하고 있었다.
아무라도 관계없이 뒷꿈치를 부딪는 사람에게, 무감각하게 기침을 해대는 사람에게,
순간순간 무턱대고 부딪는 사람에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평균이하의 말들이, 무례한 말들이,
거리낌도 없이 예의도 차리지도 않고 내뱉어진다. 듣거나 말거나...
집을 나서면서 손수건은 챙겼지만, 스카프( scarf)는 미처 챙기지 않았었다. 챙기지 않은 줄 알고서도 그러려니 하고,
발 길 되돌리지 않았었다.
번듯한 가을 아침절의 바람결은 맑고 선듯했다.
약속시간 보다 이른 바람에 길가의 의자에 무덤덤히 앉아 목의 셔츠(shirts)를 연신 오므리고만 있었다.
울부짖게도...
coffee 값이 아까웠다. 무지하게 사치스러운 생각때문에 그 바람을 무심코 맞고 있어야만 했다.
간간히 섞여오는 담배연기에 곤혹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앉아 있는 동안...
부끄러운 마음을 망각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여전히 가을날 아침절의 바람은 얄미웠다. 부러운 시샘이 잔뜩 서려 있었기 때문이다.
기어이 '그사람'의 목소리가 전화기 타고서 닿지 않았던 비운명적인 훼방... 그런 불화가 나를 고꾸라뜨린다.
(그래서는 안되는) 돌동어리 사지에 매달고 물 위로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그런 사뭇 비장함만이 우울하게 곤두서고 있었다.
끝끝내 메아리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