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의 부재
'그사람'의 찬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거룩한 '현존'의 부재가 주는 먹먹함은,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잠재우는 '절대 절명의 고독' 같다는 생각은 '그사람 이후' 꾸준히 반복된디.
'그사람'은 줄곧,
그렁그렁하다가 눈자위가 벌겋게 부어 오르고, 글썽거리다 못해 서럽고 서럽도록 울움마저 토해내고 있었다.
무슨 말인가를 내게 설득하듯이 내게 이야기 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쉽게 알아챌 수도 분간해 낼 수도 없었다.
또박 또박 분간해 내지 못하고 다만, '그사람'의 하염없는 울음소리만을 진정해 내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랬었다.
순간! 가슴에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는 구멍이 나버렸다.
그 찬란하고 아름다움 '현존'이 시야에 기어이 들어서는 순간에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었다.
"부질없는 설레임"인줄 흠칫 놀랐었다.
왜, 왜, 왜...
심장이 터져 버릴 듯한 격한 사정은 주먹 불끈 쥐고서 연신 가슴을 쳐댔다.
아무리 그러해도 통증은 쉽게 누그러져지지 않았다. 스스로도 움찔 놀라서 주위를 돌아다 볼 만큼 목소리기 높게 갈라졌다.
급기야 계단 중간에서 대리석 시멘트(cement) 벽에 머리통을 짓이기고야 말았었다.
흘깃 비껴간 시선 속에서 흉측한 나의 몰골이 부끄러웠다. '사색'이 다 된 낯선 얼굴, 핏기마저 다 빠져 나간 잿빛어린 희멀건한,
희뿌옇게 떠버린 얼굴... '모딜리아니(Modigliani)의 모델마냥 길고 길어진 얼굴, 휑한 눈길...
'현존'의 부재가 남기고 간 시선 하난 맞출 수 없는 흐리멍텅한 눈길 뿐이었다.
슬쩍 건드리는 유행가만이 위로가 되는 듯 했다. "숨어 우는 바람소리..."
나의 '원죄'는 그러하다.
'미안해...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
그 날이후, '그사람' 이후 한 번도 그 '꿈'이외에 다름 꿈을 꾸어 본 적이 없다.
가슴이 덜컹덜컹 소리가 나도록 통증을 부여잡고 산다.
꿈 숙에서 조차 다시 그 '꿈'을 꾸고야 만다.
그 '꿈'을 좇아서 그'꿈' 주위를 마냥 배회하고 맴돈다. 그'꿈'을 위해서, 그'꿈'을 손끝에 마주 대하기만을,
자나깨나 학수고대하면서...
언제나 처럼,
고개는 미안함이, 고마움에 떨구어 지지만, 하도많은 그 '그리움'에 울지 않으려고,
저 쪽 먼 산 향해 자꾸 고개 돌리고 만다.
'사랑'이라는 그 의미를 달리 모른다.
다만 그 어감이 주는 신비로움에 나는 목숨부지한다.
목숨부지 하는 '사랑'이 '그사람'이다.
다시 일상처럼,
두려움과 조바심에 는적는적 녹아 든 마음은 구멍이 덜컥 나 버린 가슴을 부여 잡고 '낯선 하루'는 이어지고 반복된다.
그럼에도 나는 꼭 그'사랑'이고 싶다.
꼭 유일무이한 The only You, 사랑! '그사람'이다.
꼭 '사랑'이고 싶다. 애원의 눈빛은 일상의 '낯선 하루'처럼 이어지고 반복된다.
그 그렁그렁항 눈빛은 머리 위의 작은 별처럼 영롱하고 반짝반짝거리지만,
글썽거리다 못해 눈물바람 일고 방울 뚝뚝 내 발등을 흥건히 적시면, 꼭꼭 숨겨 놓았던 두렵고 조바심은,
눈치없이 바짝 고개를 쳐들고야 만다.
도무지...
도대체, 가늠할 수도 없을...
감당할 수도 없는 심장의 일렁거림!
가슴에 구멍이 나 버렸고, 메워도 메워도 도무지, 도대체...
그 구멍난 가슴에 메울 길이 없는 하도 많은 그 '그리움' !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허공에 종주먹 휘둘러 대듯이, 깊이도 알 수 없는 호수에 돌팔매질 하듯이,
자전거의 체인도 없이 나는 헛발길질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