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잠꾸러기인 나로서는 "뚝 떨어진 자처럼..." 잠이 들지를 못하고...
눈을 뜨는 아침나절에도 자리를 박차고 선뜻 자리에서 일어서는 기분을 잊은 듯 하다.
......
'그사람'에게 감기기운이 찾아 든다.
아무런... 나로서는 이마 위에 물수건조차 얹혀주는 보살핌도 펼쳐줄 수가 없다.
애당초 그런 처지일 뿐이니까...
눈을 뜨고서도 반쯤 일어나 앉았으면서도 대뜸 '그사람' 밤사이 어떨까... 만 소리없는 아우성을 외쳐댄다.
잠자리의 땀에 배인 꿈 속에서조차 남다른 걱정과 근심은 마냥 자유스럽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밤사이 꿈 속에서는,
몇 번이고 아무리 '그사람'의 그 번호를 눌러대도 전화기 액정화면에는 생소한 번호만이 반복적으로 윽박지르고 만다.
7도 0으로 되고, 4도 0으로 되고...
꿈 속에서조차, 아무리 발버둥 쳐대도,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답답한 두려움이었다.
가까스로 제대로 된 번호가 이어지고 '그사람' 목소리 천신만고 끝에 고대하다가,
애석하게도 눈을 뜨고야 만다.
'그사람' 목소리 닿아 보지도 못한 채...
어쩌자고... 어쩌라고 나는...
우리는 흔히,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던, 손만 덜덜 떨어대는 어느 순간의, 어느 병약한 현상의 초조한 화면 속의 기억을
찾아낼 수 있다.
불안하고 초조한 궁색함을 일 순간에 뒤바꾸어 줄 몇 잔의 알코올과 몇 몇의 알약이 꼭 필요한 순간,
잔존하는 기억 속의 그게 "금단현상" 또는 "금단증세" 이련가...
'그사람'의 목소리마저 닿지 못하고,
꿈 속에라도 '그사람'의 목소리 마저 닿지 않으면,
불면증, 통증, 불안, 허탈감, 구토, 환각, 망상 따위가 뒤섞인 두려움은 두 배 세 배가 되고,
먹구름 끼인 마음 속의 걷잡을 수 없을 혼탁한 일렁거림은,
우산 없어서 소나기 쳐다 보며 발 동동거리는,
그런 숨소리가 기억되고 인지된다.
'그사람'의 그 모든...
'현존의 부재'가 나의 "금단현상"이 된다.
멀고 먼 목소리의 메아리 울림섞인 애닯음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