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에도 구름빛 우울은 있다.

라금덕 2012. 5. 4. 00:36

'그사람'은,

초저녁 머리 위에서 반짝 반짝 빛을 내는 "작은 별"처럼 빛나는 존재감으로 떡하니 자리 잡는다.

기차역은 떠나고 돌아 오는 가고 오는 곳,

어디 든지...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기 위해서, 기어이 돌아 오기 위해,

기차표를 사야만 하기 때문이다.길게 늘어 선 줄 사이에 잃어 버린 사람 찾느라 두리번 두리번거리는 밋밋한 초상이 있다.

입밖으로 은연 중에  "치이... 씨이..." 하는 그런 너저분하고 볼품없는 탄식어린 한 숨이 겁없이 비껴져 나온다.

채 마음가짐의 준비도 없이 쫓기는 듯한...

당황한 듯 나 또한 기차표를 사기 위해 그 길다란 뭇사람들의 행렬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서,

기억나지도 않고 기억해 낼 수도 없는 어정쩡한 못생긴 몰골과 기억들이 허탈하게 휩쓸고 지나갔다는...

잊지 못할 궁색함은 올곧다.

시작은,

'그사람' 눈물바람 일지 않게 하겠다고 보란 듯이 작정하고 나섰는데...

궁색함에 덧붙여서 '그사람'이 내게 그랬다.

" 왜... 입가에 웃음도 머물지 않은 채 얼굴에 손도 안대어 보고, 얼굴에 입도 안맞추어 주고 내려..."

"오지마!"

그래도... 흉즁에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아니,  속에 있는 말은 아니다.

'그사람'은, 눈물 글썽이며 무던히 감춘 채 확연히 쫓겨가는 듯한 내 마음 속의 어지러운 생각들을,

심각하게 걱정해 주고 있었을 것이다.

기차표를 사기 위해 아는 체 하는이 없는 길다란 줄 사이에서,  그 와중에,

나는 뻔뻔한 반성으로 '그사람'의 눈물바람 다시는 겪게 하지 않겠다는 무슨 결연한 의지의 소산인양,

두 주먹 불끈 쥐어 가슴에 대고 만다.

어쩌랴...

가슴이 이만큼이나 미어짐은 간절한 설레임이고,

아무 것도 넘볼 수 없는 "더욱 더 사랑해!" 일 뿐이다.

그래도...

알 수 있어도, 알지 못하는 이유가 그 무엇일지라도,

나는 이 '모진 사랑'을  꼭, 그리고 반드시 이루어내어야 겠다는 마음가짐이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뒤로 물러선 적도, 뒤로 밀린 적도 없다.

'그사람'의 자동차의 미등을,

남쪽에 살고 있다는  "또 하나의 가족"을  운명처럼 달게 받아야 하니까.

한 번 더 두 주먹 불끈 쥐고 황산벌의 계백장군처럼 한 발자국  내디뎌야겠다.  

이미 '그사람'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뻔뻔한 반성어린 마음가짐이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게 사랑이니까!'

'그게 그사람이니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지기 수의 고통, 좌절, 인내, 갈등, 어지러움,

도체 사람의 힘으로는 감내할 수 없는 폭력적인 울분이,

자괴감이, 점철된 온갖 부정적인 괴롭힘들이 찔러댄다.

피를 흘릴만큼 생채기도 내가면서...

그'사랑'에는 잿빛도 흔연하지만,

'그림의 역사'를 써댈만한 '곱고 예쁨'의 이야기와 감동은,

가슴 속의 벅차오름과 솟구치는 감격만이 승리를 구가하고 미어지는 가슴을 초토화할 만큼 평정을 이루어 낸다.

살아낼 수가 있다.

덕분에, '그사람' 덕분에 살아낼 수가 있다.

감히,

살아갈 수 있는 올바른 이유가 된다.

그 이유는,

찬란함 !  환희! 영롱함!

아름다움! 귀여움! 앙증맞음! 새색시의 고움!

기고만장한 미모!

'그림처럼 곱고 예쁜...'

구름빛 우울은 눈부심으로 가슴팍을 흥건히 적시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