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파르' 울리는 사랑에도 인간적인 고뇌는 있다.
턱하니,
자리에 길게 누웠어도 가슴을 심하게 짓누르는 형체도 불분명한 무거움 인지,
좀체로 잠자리를 가볍게 할 수가 없는 날들이 숱하게 이어진다.
희미하지만, 흐릿하지만, 조금씩... 차츰 차츰 분명해지던 그 반듯한 형태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저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 있던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일까...
'양심적'이라는 신의 목소리 닮은 지엄함이 사방 팔방에서 나를 꾹꾹... 눈치 채라고 찔러 댄다.
내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열렬히 구가하는 사랑은,
온전히, 순전히 '그사람'의 하해같은 마음 씀씀이 덕분에 '일상과 습관'이 되는 일련의 과정이 된다.
'그리움'은 '사랑'이 되고,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우리 사랑'이 된다.
꿈을 꾸듯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철길따라 '우리 사랑'이 된다.
눈을 감아도 쉽게 망각과 기억의 저 편으로 빠져들 수 없는 시간들이,
마침내 내 가슴을 치닫고 신의 계시같은 꺠달음을 준다. 잠 못드는 밤이...
하염없이,
'양심적'이라는 말이 근간처럼 이성적인 의식의 화두가 된다.
침묵을 강요하고 반이성적인 사고 방식을 다분히 이성적인 곳으로 나를 내려 놓는다.
흐릿하지만, 잡힐 듯 말듯, 보일 듯 말듯하던 궁극의 그 실체가 급기야 나의 뒷덜미를 급하게, 격렬하게 잡아 챈다.
사실, '사랑' 하나 믿고 기차를 탄다.
그런데...
나는 '팡파르' 울리는 사랑 팽개치고 애써 외면하려 하고, 바래는 마음이 또렷이 자리를 잡고서 방해를 작정하고 나선다.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화들짝 덜컥 겁이 난다. 구가하는 우리 사랑에 먼지처럼 누가 될까봐...
견고하다.
구가하는 우리 사랑은 널리 퍼져 있는 세상 풍파가 밀려 와도 끄덕도 않을 만큼 견고하다.
가끔씩, '인간적인 고뇌'... 협박처럼 운운하지만,
그 어줍잖은 '인간적인 고뇌'는 순간적인 파열음일 뿐이다.
손으로 책상 위의 널브러져 있는 것들을 순식간에 쓸어 버리듯이,
'인간적인 고뇌'는 대수롭지 않다고 방심으로 잠시 밀쳐 두어도 되지만,
구가하는 우리 사랑은 잠시도 도무지 그럴 수 없다.
바래는 마음이, 비교하는 마음이, 부러워 하는 욕심이, 욕망이 녹이 슬게 하고 무감각하게 하고 들끓는 열정을,
차디 차게 식어버리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신의 노여움을 사 독수리에게 쪼아 먹히던 신화 속의 고통처럼,
비록 그럴지라도 그 '사랑'이, 그 '그리움'이 흠집이 나서는 안된다.
양심적이 된다...
어쩌면... 하도 많은 그 '그리움'보다도 '양심적'이란 그 말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우고,
가슴을 훑고 지나치는 바람에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도록 죽을 힘을 다해 물에 빠진 사람처럼 부여 잡아야만 한다.
세상에서 참으로 보기 드문 찬란한 '빛'을 가슴에 터질 듯이 끌어 안고 있는데,
어줍잖은 '양심적'인 욕망의 어둡고 퀴퀴한 그림자가 그 '빛'을 바래게 해서는 안된다.
욕심은, 욕망은 그저 내 욕망일 뿐이다...
구가하는 우리 사랑에 걸림돌이 되서는 안되고, 일말의 흠집을 내서도 안된다.
마른 하늘에, 청천 벽력의 날벼락이 나를 덮칠지도 모른다.
'양심적이 된다... 나는 아직 멀었다...
'그사람'은 꿈꾸어 왔지만, 꿈꿀 수도 없었던 꿈이고,
꿈꾸고 있지만, 감히 꿈꿀 수 없는 꿈을 손끝에 닿고 있다.
구가하는 우리 사랑 미처 다 헤아려 보지도 못했는데,
가슴 구멍 난 그 어마어마함과 저미는 먹먹함을 채 구가하지도 못했는데...
그 '꿈'에서 깨어날 수는 없다.
'그사람'이,
손끝보다 가까운 바로 옆에서 평화스러움 숨소리 들려 주어가며 잠을 자고 있어도,
나는 '그사람'의 꿈을 꾸고야 만다.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의 그 '꿈'을 꾼다.
'당신'은, '그사람'이 얼만큼 예쁜지 모른다...
'당신'은, 내가 '그사람'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 만큼 '그림처럼 곱고 예쁜 당신'을 예뻐하는지 모른다...
나는 아직 멀었단다.
'그사람'의 하해같은 마음 다 따라잡기에는 매우 턱없음을...
한동안, '양심적' 이란 불호령이 죽비처럼 나를 내리칠 듯 하다.
비록,
나의 치욕어린 허름함에 발맞추어 나의 위대한 그리움을 풀어헤치다손 치더라도...
'양심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