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의 극치
"가지빛" 하늘이...
가지색 하늘 빛이라고 했다.
바람 소리마저 숨소리를 멎는 이른 새벽 홀연히 올려다 본 하늘색은,
채 여명이 솟기도 전인데도 투명한 느낌마저 든다.
서슬이 퍼렇다는 것은 저렇다고 해야 할까...
슬금 슬금 밤을 밝혀 주었던 가로등 불빛은 "치자빛" 이라고 했다.
서슬 퍼런 저 하늘은 "치자빛"에 어우러져서 그제서야 "가지빛"이 된다.
세상 아무리 투명하다 못해 힘에 겨운 하늘까지도 내 가슴 툭툭... 건드리며 일렁거림을 강요하지만,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일절 미동도 않는다.
내게 '빛'은 동방에서 찬란히 솟아 오르기 전에 이미,
가슴 한 가운데에 찬연히 솟아 있다. 하도 많은 그 '그리움'으로 해서.
그러한 잠시...
눈물 소리 마다하고 눈물 흘리는 곱고 예쁜 모습이 그림처럼 맺힌다.
"방울 방울 눈물이 어리는..."
나는 가슴이 멀더니 눈까지 멀어있는 형색이다. 이미...
'그사람'의 '빛'말고는 아무 것도 맺히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감히 눈도 뜨기 전부터 어머니의 품을 찾아 들던 꼬무락거리던... 아장 아장 하던...
아득히 먼 잊어 버린 기억 속의 "고고지성"의 그 즈음처럼,
'그사람'향한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언제나 최초의 설레임이 죽음처럼 깊다.
그'그림처럼 곱고 예쁨'에 발 한 자국, 한 치도 옮겨 떼어 놓을 수도 없는,
숨 한 번 쉴 수도 없이 마른 침을 삼키는 정적 속 희미한 소음처럼,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아연 실색한 심미의 극치가 된다.
겨우... 길고 긴 한 숨만 숨통이 트이듯 이어지고 만다.
동물적인 - 인간의 천편 일률적인 그 언어도 모르는 동물적인 신음 소리만 탄성처럼 토해 낼 뿐이다.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지는 이 슬픔 깃든 그 '그리움'...
손끝이 닿지 않는다는 먹먹한 절박함이, 꾹꾹... 머금은 슬픔이 물줄기처럼 줄줄거린다.
물동이 이고 가는 여인네의 앞가슴 타고 치맛자락으로 발걸음 옮길적마다,
첨벙 첨벙 흥건히 무명 삼베옷 무참히 적셔 대듯이 줄줄 흘러 내린다.
덩달아,
눈이 참 맵다. 연신 손등으로 눈을 부벼 대지만... 눈이 참 맵다.
눈물은, 가슴팍의 흥건함은 일편 단심이다!
하물며, 정처 없음은... 지고 가야하는 팔자인가...
'그사람'은 언제라도 매우 멀리 있다.
'그곳'은 참 멀기만 하다.
어쩌자고...
어찌 하라고...
'그사람'은 내게 종교이다! 성지 순례와 같은 뚜렷한 의미의 일종의 종교이다.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일편 단심의 신께 바치는 무조건적인 경배이다.
가슴에 무참히도 구멍이 뚫리고, 허허로움이 몸둘 바를 모르고...
하나의 종교가 되어 버린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그래서,
더욱 "올려다 보지 못할 나무"인가...
눈이 맵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서 두리번 두리번 서성거릴 뿐인데...
드문 드문 무슨 사악한 기운처럼, '그게 사랑일까...'
어쩌라고 애만 동동거리면서 애만 태우는 내 모습을 흘깃 들여다 보는 어두운 순간들이,
낯모를 손님처럼 무심코 찾아 든다.
'그림처럼 곱고 예쁜 당신'이 그 어디에 계시든,
그곳이 내 집이고 우리 집이고,
나는 언제나 해 떨어지면 그곳으로 "귀소본능"처럼 회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