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사랑'이다.
격자 무늬의 창호지 세차게 뚫고서,
뽀얀 마치 투명한 유리창문 뚫고서 아침 햇살이 개선 장군처럼 들이 비친다.
빛은, 그처럼 손바닥 들어 눈을 화들짝 가려 주어야 할 만큼 눈이 부시다.
눈이 부시다. 살짝 가리워진 손가락 사이 사이로 쳐다 보아야만 할 만큼,
그 '빛'은 눈이 부시다.
"황홀하기 까지한 찬란함" 이 걷잡을 수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들이 닥치고,
치밀어 드는 것이다.
그게 '사랑'이다!
그 '사랑'앞에서,
한 발자국도 뗴어 놓을 수 없는 지극하지만 정신 나간 혼절의 어느 단계의 지경에 이르고,
더할 나위 없는 극단적인 접점과 정점에서 입만 벌어지게 되고,
이미 닳고 헐어져 덩그러니 뚫린 가슴만 무단히 어루만져야만 하는,
먹먹함과 절실함의 극치의 절정과 울부짖음이,
바로 내 '사랑'이다.
그 엄연한 중심에 '그사람'이 있다.
도무지 어루만지고 다독거려도 미처 단 한 순간만이라도 위로가 되지 않는,
들끓음의, 혼돈의 일렁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희뿌연 회백색의 먹먹함만이 어쩌라고,
어쩌자고 나를, 나의 목을 움켜 쥐기만 할까...
그나마 겨우, 소리도 내어지지 않는 아... 아...
아! 아! 하는 간절한 신음소리만이 비어져 토해 낸다.
필사적으로 절벽에 매달린 채 손만 내밀어 살려 달라고...
죽을 동 살 동 모를만치 밧줄만을 잡으려는 절박함의, 구원의 어느 지경에,
나는 쓸쓸히... 홀연히 서 있다...
세상 아무 것도 들어 차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군중 속의 함성처럼 소리를 발악 발악 내질러 보지만,
메아리는 없다...
'그사람'은,
내 삶의 중심이 되어 버렸고,
그 '그리움'은,
삶의 원칙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란,
물방울 튕겨 나듯이, 얼굴을 슬쩍 스치우는 살랑거리는 봄바람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경일 수 만은 없을까...
어찌 이리도 구멍 난 가슴 움켜 쥐고서 사방이 꼭꼭 막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폭폭한 그'그리움' 속에서,
손만 허위 허위 내저으면서 아우성치고 있는가...
소리도 차마 내지도 못하면서...
소리도 내뱉지 못하면서...
사랑은,
어깨 위에 슬며시 손을 얹는 햇살처럼,
'그사람'의 '그렁 그렁함'처럼 곱고 예쁠 수만은 없을까...
사랑, 대관절 무엇이관대,
이처럼 숨이 막히고 분명하지 않는 안개 속에 머물러,
희뿌연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의 모습만을 허우적 허우적...
눈 멀고 가슴 먼 채,
무릎 꿇고 퍽퍽 기어 다니면서 정처 없음인가...
(그저)
참, 많이... 보고 싶을 뿐...
숫제 기억 나지 않는, 떠올려 지지 않는,
굴뚝같은 그 모습 끊임없이 구가하며...
그 '사랑'은 절망이 태반이다.
그 '빛'과 그 '꿈'을 향해서...
그럼에도 어쩌랴...
보고 싶어 숨이 멎을 만큼 안달이 났지만,
어쩌랴... 그게 '사랑'이라면,
순순히 달게 받겠다고 자못 비장하게 자처하고 나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