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마음
'그사람' 향한 나의 무절제한 그 '사랑'은,
언제나 새로움의 시작이다. 구태의연함은 아예 없다.
숨이 멈출 듯한 감격과 뽀글 뽀글 솟아 나는 뭉클함과 "천둥 처럼 벼락 처럼"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그야 말로 격정이다.
그 '사랑'은,
아무리 그럼에도 손끝이 닿을 수 없음은,
동녘의 햇빛이, 햇살이 이윽고 창문을 아우성 치듯이 비집고 방 안으로 들어 서고,
어깨를 톡톡 쳐 가면서 나를 무심코 자극하고 그 '사랑'을 일깨우지만,
미동도 없이 숨소리만 꾸벅 꾸벅 움직이듯이 그런 먹먹함의 극한 상황에 내 몰리고,
둔탁하게 무언가에 엉겁결에 맞아서 정신을 잃은 것 같은 그런 몰골이다...
바람 결에... 살랑거리는 바람 결에 얼굴을 간지럽히듯,
그런 정겨운 감동 만이 가슴을 훑고 새록 새록 일렁거리지 만은 않는다.
집 채 만한, 산 더미 만한 파도더미가 일 순간에 밀어 닥치듯이,
닿을 수 없는 슬픔 머금은 서러운 힘이 지배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사람'에게 나는 누구인가...
'나'는 정말 '그사람'에게 어떤 존재감일까...어리석음이 흘금 흘금 나를 툭툭 걷어 찬다...
'그사람'의 일상에 나는 겨우 끼어 들어서 한 구석 저 쪽에 웅크리고서,
이제나 저제나 나를 불러 주기를 고대하는 그늘 속의 숨겨진 형색은 아닌가...
있어도 그렇고, 없어도 마다 하지 않은 채,
어쩌다 문득 생각 나서 뒤적거려서 찾아 내는 다락방 벽장 속의 먼지 떠께가 두터운,
그런 옛날 빛 바랜 흑백 사진첩은 아니 던가...
다시 일련의 어리 석은 생각이...
'나'라는 존재감이 부담스러움 건가,
'나'라는 희미한 기쁨이 '그사람'의 일상에 방해를 주는 존재감은 아닐 런지,
'나'는 정말 '그사람'에게는 어떤 인물인가,
'나'는 어떤 존재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