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주어진 일상

라금덕 2012. 7. 22. 23:32

하늘은 물샐틈 없이 잿빛이다..

실로 오랫만에 그 잿빛을 잿빛임을 알아 챈다.

무심한 걸까... 사는 데 급급한 걸까...

온가슴이 어디에 가 있길래 잿빛이 그토록 무겁고 장엄한 듯 드리워져 있는데도,

그리 무감각해 있었을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살기는 하는 걸까...

'자탄'의 속 깊은 반성이 소리없이... 그렇지만 매정하게, 매몰차게, 뼈 아프게 이어진다.

일상!

약속하고, (약속을) 만들고, 손가락 걸어야만 하는,

일부러 그리 해야만 하는 그런 짜여진 일상이 아니고 그냥 '주어진 일상'에 대해,

연구실 안의 박사처럼, 시인처럼, 소설을 쓰는 것처럼 골몰한다.

'꿈'이란... 이제서야 희미하게나마 알아 챈다.

그 '꿈'이 무엇인지... '주어진 일상'은 자나깨나 흠모하고, 간망하고, 숨 넘어갈 듯한 먹먹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나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꿈'은 다름 아닌 '주어진 일상'이다! 라고...

'잠을 자다 말고 옆에 '그사람'이 닿을까봐 손을 휘저어 댄다...'

(이슥한 한 밤중에) "어느 순간 문득, 잠을 다고 있는 내 등뒤에서 나를 끌어 안는 그 느낌이 따뜻하다...

아, 좋아 !"

그 '주어진 일상'이란,

두근거리는 못내 조마 조마한 가슴 옷자락 구겨지도록 움켜쥐지 않아도 동쪽하늘에 해가 떠오르고,

저녁 나절이 되면 집으로 오고, 밤이 되면 교교한 둥근 달이 뜨고야 말듯이,

'그사람'과 내게 그 '일상'을 간망하는 오롯하게 지극한 한마음이 그것이었다는,

희극적인 꺠달음이 있었다.

아무리 우겨 대도, 제 아무리 젠체 해도,

순전히 이기적으로 살아 생긴 모습대로 나를 몰아 쳐도 도무지 감당해 낼 수 없고,

잠시라도 벗어나서 훌훌  자유로울 수도 없는 것이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이다.

'그사람'은 어쩌면 그렇게도 좋기만 한지,

'그사람'의 상상하기 조차 버겁기만 한 그림처럼 곱고 예쁜 모습이 가슴 한 가운데에 줄줄...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숨 쉴틈이 없다.

날숨과 들숨의 찰나적인 간극에도 아랑곳 없다.

숨 쉴틈도 없이 목을 조여 오고 오금이 저리고,

참다 못해 비비 꼬면서 자지러 지는...

등줄기에 후줄근히 식은 땀이 배어날 정도로 꼿꼿하고, 꿋꿋하고, 멀뚱멀뚱한 그런 정신 나간 이어짐이 숱하다.

잿빛은 이어지고, 부슬 부슬...

사시 사철 어느 가을 속의 쓸쓸함처럼 부슬 부슬 이어지고...

손끝에 닿을락 말락하는 '그사람'의 환영은,

질끈 눈감아야만 되는 환희의 눈부심처럼 숫제 닿지를 않는다.

닿을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