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섬"
시야에 가려진 기둥사이로 얼핏얼핏 그들 나름대로 뭔지모르게 바삐 서성대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서야 바라다볼 수 있는,
한참이나 멀리있는 창밖 세상에 아침이 이윽고 열리는 빛줄기의 무성함을 본다.
결국은 나 혼자만이...
살아낸다는 삶의 지극한 원천이 그렇듯이,
눈을 마주칠... 손을 내저어 기어이 닿을듯한 미지의 누구를,
어느 휘황찬란한 꿈속에서만이 마주 대할듯한 존재감의 대상을 찾는 눈치가 빤하다.
숨소리 죽이고서 아주 살금살금 계절감의 코스모스 꽃잎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고추잠자리 손가락으로 잡아채듯이,
세상의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가슴에 남몰래 품고 있을까.
셔츠의 맨 윗단추까지 남김없이 채우고 경건한 마음과 경외스런 간망함을 내세우며,
창틀에 놓인 화분마다 매일 아침절 말 걸어가며 물 뿌려주듯이 그'그리움' , 그 '사랑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그'그리움'은, 그'사랑'은, '그사람'은,
바람같이 스쳐 지나치며 아는체 한다고 해서 손내밀어 손뼉치며 덩달아서 손 부여잡고 반갑다고 아는체 한 것이 아니기에,
미어터지는 절절함과 소망하는 지극함은 세상 누구보다도 남부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그래야만 나중에 이 다음에 무슨 위인전 속의 위대함이라도 보상이 될까...
살아야만 한다. 보란듯이,
살아내야만 한다. 꿋꿋이 기 죽지말고,
신화닮은 전해내려 오는 어느 전설 속의 그'그리움'을 위해서...
"사랑은 빗물을 타고"...
소원하건대,
아무라도 나를 아는체 하여 주었으면 그 얼마나 좋을까. 누구라도...
헐떡이는 간당간당 남보기에도 참 딱한 가슴만의 들끓음과 숨소리가 한 고비 한 고비 넘길 수 있을텐데...
"이방인"... "제3의 사나이"...
방관자는 도저히 아니어도 나는 언제나 세상이라는 우주의 멀고 먼 바깥 공간에만 떠도는,
궤도를 한참이나 이탈하여 지구둘레를 돌고 도는 인공위성의 닮은꼴이다.
그러다 말고, 정해놓은 기력이 다하면 태평양이나 인도양, 대서양의 이름 모를 섬에 사정없이 곤두박질치겠지...
참으로 알 수 없는 한 가지,
참을 수 없는 한 가지,
그리움, 사랑, '그사람'이...
한 계절이 가고말면 곧이어 세찬 바람이 무작정 불어닥치겠지... 그때에나 한기머금은 그 바람 핑계삼으면 수월해질까...
"피가 얼어붙는 시베리아의 눈발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나기도 했다."
도시 한 복판에서 혼자만이 갈 곳 몰라 두리번거리는 나보다 '시베리아 허허벌판의 한 여인'의 심정을 동정어린 눈으로 헤아리면,
구멍난 가슴의 들끓음은 다소 수그러들까...
구멍난 가슴은,
그'사랑'은, 그'그리움'은,
뙤약볕아래 살갗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등짐을 지는 노동보다 더하면 더하다.
서먹서먹한 기분 멀리하고 지금 바로 눈앞에서 아는체 할 수 있거나, 그런 대상이 나타나주었으면 참 좋겠다.
버드나무아래 나그네에게 건네는 물 한 바가지처럼...
'그사람'이면 얼마나 좋을련만...
농담처럼 꿈 깨야하나... "어불성설"... "언어도단"...
먼발치 언덕위에 손바닥 이마에다 붙이고서 바라다볼 수 밖에 없는 소망섞인 꿈일 뿐인가...
다행인 것은,
저 하늘 위에 구름보다 햇빛의 눈부심이 더 우거지고 있는 것이다. 천만다행인 것은.
'그사람' 웃음기 쏙 빼닮은 햇빛이...
어디선가, 어디엔가로 내달려도 나는 우두커니 그'그리움'에 바삐 쫓긴다. 이 노릇을 대체...
'그사람'은 훌쩍 '그곳'보다 더욱 멀리가고 없고...
다녀온다는 말 한 마디 덩그렁하게 메아리처럼 남겨두고서...
불도 꺼진 방안에 차려놓은 서늘한 밥상처럼...
다녀온다는 그 말 한 마디 부여안고서 거리를 쏘다닌다. 혹시라도...
다시, 멍청해지는 "이방인" 인 듯한 곤궁함만이 저 쪽 먼 산만 바라다 보아야만 한다고...
'알베르 카뮈'의 저 유명한 "이방인"과 그'그리움'의 막다른 곤경에 처한 내 처지의 '이방인'과는 무엇이 다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