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사람' 만나러 가던 길(첫 차)

라금덕 2012. 10. 21. 23:42

첫 차!

죽 늘어선 각양각색의 사람들...

어느 곳에서도,  어떤 사정 하에서도 나는 멀었다고... 반성에 젖은 겸손만이 그나마 나를  지탱해 주고 있고,

"희망을 버린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 희망이 없는 상황은 없습니다."

첫 차를 타고서 '그곳'으로 가야만 한다.  여전히 철길 위에 놓인 그리움만이...

전차안에서 무수히 들고 나는 사람들, 수를 헤아리기조차 버거운 지경이다. 

환승역에서...

첫 차는, 지하철 1호선이 제격일까...

전차안에서도 사람들은 제각기 이리 저리 붐빈다.  그'그리움'의 끝없는 서성거림처럼...

하루 일과의 첫 차임에도 지하철 1호선은 매우 더디다. 발만 동동거리고만...

비둘기호...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먼저 지나가라고 비켜선 시간...

그리움도... 생활도 결핍만이 앞서고 있다.

전차 속의 - 첫 차안의 사람들의 옷차림이 후줄근해서일까... 칙칙했다.  무채색...

덕택에,  그'그리움'의 부끄러움은 보기 좋게 은근히 감추어진다.

시큼하고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전차 안을 횡행한다.

간밤에 힘에 지친 나머지 퍼마신 막걸리와 소주, 김치겉절이와 삼겹살이 어우러진 부조화의 발효냄새일까...

강 위에 놓인 철길 위를 꿈처럼 지나칠 때,

"강물에 비친 여인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비쳤다."

그런데도 전차 밖 언덕배기 첨탑의 교회당은 의연해 보인다.  "신"께서는 ...

입다물고 한 켠에 비켜서서 숨 죽인듯 점잔을 빼는  나의 인내에도 역한 냄새가 달라 붙었다.

전차를 내리면,

지하도 잿빛 세멘트 바닥 위에 꽁꽁 언 얼음덩어리처럼 이쪽 저쪽에 사람들이 주먹만하게 웅크린 채,

널브러져 있다.  어쩌자고...

송곳 품은 한파가 서슬퍼렇게  막무가내로 신발도 벗지 않고 들이 닥칠텐데...

나도 연탄 사 들이고 김장 담가두고 겨울채비 서둘러 해야만 하는데...

이윽고 먼동이 트고,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환한 햇살",

'그사람'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바로 그런 모습이다.

두 손 가지런히 모으고  그'그리움'의 소원을 간구하고  그'사랑'의 희망을 철길따라 바라다 본다.

그로 인해,

가슴에는 구멍이 났다.

순간 순간... 혼미할 정도로 나는 스스럼없이 두 동강 나듯이 절단난다.

그'그리움'은 지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