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수직적이다.
'가을은 오는가 싶더니 떠나가는가.
간이역 대합실 같은 곳에 그대와 나란히 앉아 모과차 마시고 싶다.'
"파란 보자기 같았다. 하늘은"
흔한 말처럼, 구름 한 점 없다. 저 하늘 위에는...
길가의 사람들은 작아지기만 하고 빌딩은 삐죽빼죽 높다랗고 비행기는 궤적을 꿈결같이 수놓으며 더 높이 날아다닌다.
그'그리움'은 비행기 위에 놓여 있다.
갚은 숨을 힘껏 몰아서 쉬어보지만 그끝에는 다른 깊어진 한숨이 맞서 싸울듯 도사리고 있다.
그리움만 애태우고...
사랑에만 목매이기에는 내 생활이, 내 인생살이가 갑갑하지 않은가...
그리움이란... 사랑하는 일이란...
불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그런 무모함만이... 맹목적인 우둔함만이 필요할터인데...
이리 재고 저리 돌아보고...
이렇게 할까 저리 해볼까 가당찮은...
어지럽고 어설프고 우수꽝스럽기까지한 일련의 생각과 뒤이은 행태가 괴롭힘을 보태준다.
그리움도... 사랑도,
보고 배운대로 그저 본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람으로서 가지고 태어난 어머니 품안의 본성만으르는,
왜 그렇게도 어지러울까...
무슨 대단한 마음도 먹어야만 하고,
자못 비장감마저...
들끓는 가슴 제멋대로 불사르지도 못하고,
선혈이 낭자하도록 애꿎은 담벼락만 뒤돌아서서 쳐대고,
냅다 길위의 돌부리만 걷어차다가 힘만 빠지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나는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서 옛날 내 어머니의 애간장 녹이는 '아이고땜'을 흉내낸다.
그리움을, 그'사랑'을 그것도 모자라서 '그사람' 내놓으라고 다짜고짜 생떼를 쓴다.
가지런해지지 않은 숨을 헐떡이며,
가라앉지 않는 분을 삭여내지 못하고서...
말없이 살랑거리는 수평적인 바람의 온화함과는 달리,
급강하하듯 수직적 바람만 불어댄다.
풀잎을 스치다가 살갗에 핏물 머금은 생채기 나듯이 선연하게...
그리움은... 사랑은 뻔뻔함만이 앞서는 듯하고,
절절매는 안타까운 마음만 앞서는 나머지,
그'그리움'은, 그'사랑'은 죄없이 매를 맞는듯 하다.
넋이 나가 있는 그리움...
넋을 놓고 사는 구겨진 일상...
그'그리움'에 항상 허덕이는 내게,
'그사람' 닿지 못해 가슴 쓸어내리며 한 숨... 한 숨... 연명하는 내게,
저 바람도,
온화하게 수평으로 달래주듯이 불지않고 수직으로만 내리꽂는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
바람 또한,
낭떠러지이고 막다른 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