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발아래 듬성듬성 모여든 나뭇잎들에게서 봄바람에 시달려온,
봄바람에 실려온 꽃냄새가 불현듯 얹혀진다.
엉둥하게도 아직은 봄바람의 지극한 살랑거림은 턱없이 멀었는데...
짙은 달콤함이 지나친 나머지 현기증 어우러진 어지럼증이 혼란스럽다. 앉고 싶다!
봄이 가까왔나, 겨울은 오지도 않았고 태반이 남아 있는데도 어쩌자고 벌써...
그리움의 하염없다는 절박함은 시간과 세월을 까마득히 잊고 산다.
굳이 '현존'만이 내 살 길이라고 이리저리 찾아 떠도는 정처없음만이 뼈저리게 일깨워준다.
그리움은 이성적인 간결함을 빼먹고 감정에 휘둘리거나 내몰린 우둔함이 대수인가...
쉴 새없이 달겨드는 틈새없는 격정 빼곡하게...
돌아서면 고개 떨구고 풀죽은 후줄근한 모습이 거울이 없어도 사시장철 보인다. 어쩌라고...
더군다나,
까치소리가 문을 두드리면 목만 길게 빼고 체념섞인 숨을 가까스로 토해낸다.
매번 그럴 때마다 울컥울컥 뜨거운 불덩어리가 숨도 쉬지 않고 토해낸다.
저만치 나뭇가지 끝에 바람도 머물고,
덩달아 바람찾아 왔다고 색깔 머금은 가을잎은 빗물 아래서도 의연하게 반짝반짝 빛까지 발한다.
비가 개이고 말면,
가을잎은 또 얼마나 우쭐하며 먼데서 바람 찾아왔다고 뽐을 낼까...
바람 한 점도,
나뭇잎 하나도,
까치소리마저도 내게는 순간순간 실로 어마어마한 중차대한 일이 되고 만다.
그리움은, 사랑은, 그사람은...
하염없다는 것은,
"가지빛 하늘" 위에 달을 본다.
"저 달 보고 물어 본다"는 ...
채 여명도 솟기 전에 부랴부랴 문을 열고 나선다. 달은 아직 나를 품고 있다.
님 찾아 나선 길...
저 달빛이 우중충한 내 발길을 어렴풋이 밝혀 줄 것이다.
눈 빠지고 목만 길게 뽑아내는 그리움의 현존의 실체가 귓전에 울려 퍼지면,
가슴은 영락없이 땅바닥에 내려앉은 물방울이 되고 만다.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린 고드름이 아침햇살 받아 흐느적 흐느적 눈시울 적시면,
어쩌지 못해 밑으로... 밑으로만 내려앉고,
땅바닥에 오밀조밀 집요하게 균일한 구멍이 아로새겨 집니다.
재봉틀의 바늘땀 자국처럼 일사분란하게 구멍이 나타납니다.
어김없이,
'그대' 목소리는 가슴을 콕콕 찔러댄다.
그렇잖아도 어찌 할 바를 몰라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죽자사자 찔러댄다.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