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분노
"한 세상 네 지독한 향기에 갇히고 싶어라."
두려운 사랑,
조마조마한 그리움,
무엇이 대관절 두렵기에 그립다고 아우성치지 못하고,
보고 싶다고 말 한마디 제대로 내어뱉지도 못하고,
연신 절절매는가...
내팽개쳐진 우중충한 몰골이 말로써는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은 참혹하다.
연기처럼 일순간에 사라질 것인가.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가...
무한히 손 벌리고 그리움에 신세지고 있다는,
엉겁결에 무슨 열등감이 그처럼 엉거주춤한 나를,
내가슴의 열렬한 사랑을 동떨어지게 조장하는가...
사는 모습이 다르다고...
가슴 무너진 그리움도 덩달아서 천대받는 부엌데기 신세일 뿐인가...
대체 나, 어떡하라고...
나는 죽어야만 그리움은 꽃피고 살아나는가...
대체, 대관절 무엇을 또 어떻게 해야만,
부처님께서 눈 슬그머니 떠 주시듯 옹골찬 그'그리움'을 '그사람'은 알아챌 것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무턱대고 발가벗겨져서 집 밖으로 내쫓기어진 어린 아이처럼,
몸둘 바를 모르고 눈물만 절절 흘리고만 있다. 문고리 붙들고서...
"문설주에 기대어" 옷고름 씹는 어느 가녀린 여인네의 한서린 사정이 지금 내게 느닷없이 닥쳐있다.
무작정 살아남아야만 하고...
보란듯이 살아내어야만 하고...
죽을만큼 함께 나란히 살고 싶을뿐...
제아무리 '그림처럼 곱고 예쁘다'고 우러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현존의 부재는...
그런 구구절절한 역사같은 이야기는 아무런 소용도 없고,
흡사 낯모르는 뜻도 모를 외국어처럼 멀뚱멀뚱 눈만 껌벅이며 왜 그러느냐고 도리어 반문하고 마는데...
죽어야만 사는가...
"눈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