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부치지 못한 편지

라금덕 2012. 12. 26. 22:05

아주 오래 전의 유행가 가사에는,

썼다가 찢고 썼다가 버린 편지가 밤이 새도록 반복되고... 밤을 하얗게 새우고...

부치지 않은 편지가 되고...

부치지 못한 편지가... 그런 연애감정의 이야기가 줄곧 입가에 흘러 내렸었다.

......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도 차마 전해지지 못한 무수히... 사랑에 꼬깃꼬깃 얽매인 호소와 기원의 낱말들이,

가슴 속 이리저리 횡행한다.

나로서는 미어터지는 곤궁함이 있다.

속만 내내 끓이고마는...

사랑에는,  그 시작이 있고 종내 무슨 꼭지점에 올라 선 끝이라는 한계점이 있는가...

그리움에는 어떤... 시냇물의 졸졸거리는 무한정의 흘러내림만 기억되는가...

그리움은,  사랑은 웅덩이에 물 고이듯...

아낙네들 수다스러움의 우물가에서 샘물 길어 오듯이 옹기종기 어우러져서 모여 있는,

딱딱해진 응고점이나 응집력은 생각할 수는  없을까,

그냥,  물 고이듯 멈추지 말고 시냇물 따라 묵묵히...  쉼없이 내려가다 보면 소원처럼,

그리움에 목메인 꿈과 소망은 확연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어느 천 년에...

그래도 어쩌랴,

졸졸거리는 시냇물도 바닥에 놓인 돌멩이에 부딪히기도 하고,

앞을 가로막고 나선 엄청난 바위도 피하고자 휘휘 돌아 흘러내려야만 하는 것을...

그리움도 사랑도 숨이 넘어갈 듯 죽지않을 만큼만 허여된 것은 아닐까...

지금 당장이라도 고꾸라지듯 어처구니가 없는데 어쩌라고...

절절하고 먹먹한 담아 둔 이내 심정의 하소연 닮은 말은 한 마디도 튀어나오지 못했다. 언제고...

빙빙 돌고 도는 어중간하고 애매한 뜬구름 닮은 맥없는 소리만이 나는,

'그사람'에게 그것이 꼭 내 속에 꽉 들어찬 이야기인 양 해대고 있기만...

그러기에 여념이 없다...

남의 속도 모르고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에도...

부치지 못한 편지는 차곡차곡 쌓이기만 한다고...

아직도 멀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