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라금덕 2012. 2. 3. 00:27

그  해, 가을 오후녘, 창문밖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문학사 수업이었었고, "상징"에 대하여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을 바짝차리고 있었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하지 않고,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고 이야기 하면 그게 상징이 된다."고 ...

그  이후, 나는 "상징"의 겉멋을 두고두고 부려먹었다. 

......

바람이 세차게 귓가에까지 쳐들어오던 겨울날 아침절에 어머니께서는 외출을 서두르고 계셨고, 공교롭게도 나와 눈이 마추쳤다.

바람은 가슴만 훑고 지나가는줄 알았었는데, 나뭇가지 끝에 설겅이는 겉멋도 바람이었고, 겨울날  아침절의 그 바람도 바람이었다.

눈이 마주친 어머니께서는  화들짝 말끝을 흐리신다.  "(따뜻한) 외투 하나 사야하는데..."

나는 나만 겨울을 만났고, 나만 추운줄 알고 산다.   이다지도 욕될까!

......

아주 아주 오래 전에  세상에 "에리트"학생복이 처음 나왔다. 내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아들 멋차리라고 벼르고 벼르셔서 앞세우시고

학생복 맞춤집에 가신다. 어머니 친구분의 도움에 힘입어 3개월 할부로 "에리트"도 아닌 그것도  모자라 더비싼 "경남모직"으로 

근사하게 교복을 마련해 주셨었다.

......

이  겨울 아침절의 어머니께서는 "여자"로서 당신의 고운 자락을 남자로서의 아들에게 엿보이고 싶으셨을게다.  후줄근한 당신의 모습이

내내 뒤돌아서는 부끄러움, 허름함이었다는 몹쓸 무감각의 후회가 목을 조른다.

......

난, 아직 멀었다.

여전히, 어김없이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구리거울" 속의 나를 빼꼼히 쳐다보아야만 한다.

난,  아직  한참이나 멀었다.   마늘 움켜쥐고서 아무도 없는 동굴에 칩거해야만 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