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굴곡
라금덕
2013. 2. 24. 17:16
여염집 여인네라면,
사립문 밖에서 서성거려도 될 터인데...
사립문 밖 서성거려도 그림자라도,
무슨 기척이라도 멀찌감치 귀담아 엿볼 수 있을텐데...
도무지 그럴 수 없음은...
옛날 옛적에 어느 고색창연한 구중궁궐 깊숙하고 내밀한 은거의 담벼락이,
무턱대고 앞을 가로 막아서고,
크게 부라리는 눈동자 검은 천자락이 뒤덮어 버린다.
아무 것도 그 누구도 넘보지 말라고...
"그리움은 축복..." 일 터인데...
힘 빠져 뒤돌아서는,
쓸쓸한 뒤통수에다 대고 은연 중에 물을 뿌려대고,
심지어 소금까지 날카롭게 찔러대듯이 뒤집어 쓴다.
애써...
아무 말도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고 소리없이 비명만 내지르고 만다.
흘깃,
뒤돌아 본 눈동자에는 벌그레한 눈물방울만 움찔거린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무슨 기약있는 손가락 걸었던 약속이 있었나,
다시 찾아 오면 신발 벗은 채,
격정어린 "해후"가 거리낌없이 반길까...
그'그리움'은 해도 해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