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주의"
누군가 - 어떤 남자가 내게 대뜸 다가서더니 말을 건네며 상냥하게,
"당신은 항상 환한 모습에 밝은 표정 !"이라고 귀뜸한다.
아닌데...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누구에게라도 엿보일 수 없는 문드러지는 속내가 있을법 한데도 아랑곳 없이,
어찌 짐작조차 해주지 않는 걸까 세상은...
원망 시기 질투 분통... 말 못할...
결핍!
결핍은 가슴만으로는 하늘 찌를 듯한 마음만으로도 충족되어지지 않고,
속시원하게 은근슬쩍 그리움도 사랑도 세상 그 어는 것도,
해결되어지지 못한다는 냉정함 엄연함을 매번 아차 ! 하며 이마를 둔탁하게 치고 만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누가 재촉하고 등 떠밀어 시키지 않아도 구태여 자극하지 않더라도,
치밀어 오르는 숱한 감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끝간데 없이 반복적으로 여전하고...
그리움이든 수치심에 찌들은 갈피를 못잡는 부끄러움도,
말문이 막혀버린 씻어내고 싶은 감추어 두었던 능욕의 감정까지도 손짓하며,
헤아릴 수 없이 주마등처럼 앞 뒤 분간없이 달겨들고,
소매 걷어 올리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격한 몸짓으로 웃통 벗어 젖히면서,
대거리를 자초하는 비린내 어린 기억과 생각들만이...
추억이라면... 갖추어둔 기억은 삶과 생활의 꿋꿋한 버팀목이어야만 할 터인데...
어찌 밑바닥부터 허물어뜨리는 불가항력적인 조짐만 불거지나...
"물이 졸졸 새어나고 있는 이 구멍을 막아서지 않으면 곧 둑은 무너지고 세상은 물바다가 될텐데..."라는,
둑에 난 구멍을 어설프게 주먹으로 막아서고 온몸으로 부딪쳤던 어린아이의 심장 속에는 희망이 깃들었었을까...
"그의 길엔 사랑이 있다." 라든가 하는...
무슨 어린아이의 볼멘 뾰로통한 표정처럼 천진난만한 복수심이... 기어이 맴돌고 만다.
구둣발로 세상을 휘어잡는 계엄군과,
원치않는 지배를 받아야만 하는 내몰린... 내쫓긴 America의 원주민 인디언은 어찌하나...
"인디언 보호구역"에만 갇혀진 채로...
그리움은 '쉬엄쉬엄'하거나,
'띄엄띄엄'이거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 되고 마는 것을...
그리움은 한 가지 방법만이,
그리움은 "맹렬하기"만...
그'그리움'은 지켜내어야만 한다고...
그'사랑'은 아직 멀기만 하고, 나는 옹골차게 "맹렬한" 기상으로 그'그리움'을 지켜내어야만 한다.
'그사람'의 태연함에도 불구하고,
'그사람'의 모른척하는 몰인정에도 불구하고,
'그사람'의 고개 돌리고 손 뒤로 감추고 저만치 서 있는 태연자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에는 "박애주의"가 매우 요긴하다.
절실하게 꼭 필요하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