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모르고 서서...
눈 설고 낯 설은 세상 어딘가에서 혼자만이 덜렁 서서 외로움을,
고독이라는 근사한 말로 치장하고 포장시켜 두리번 두리번 둘러본다.
천만다행... 무작정 희멀거니 앉아서 촛점도 잃어버린 듯한 눈매로,
꿈쩍 안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다는데... 어찌 이리도...
이렇게 살아내도 되나......
내 안에 버티고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이 성큼 다가와 옆에 앉아 이성적인 생각에 힘도 보탠다.
억울해도 싸지 싸다고...
그'그리움'은 내것이어도 그'사랑'은 내것이 아닌 것을......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세상은 몰라보게도 보기좋게 "푸른바다"가 되었고,
언제나처럼 세상의 뒤꽁무니만 쳐다보며 남의 탓만...
하늘 탓만 하고 있는 풀 죽은 몰골은,
꾸준히 다지고 디뎌 보아도 달라 뵈이는 것은 없다고......
결정의 영광스러운 순간에 하필 멀리 돌아가든지,
겁을 먹고 도망가 버렸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이든 변명, 합리화 등을 장광설처럼 늘어놓기만 하고,
매번 똑같은 방법으로 어떤 각오와 결심을 해대지만,
그냥 그대로 그자리에만 머뭇거릴 뿐이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나를 앗아갈 세상을 등질 시간이 무엇보다도 가까이 다가섰다고...
때늦은 후회만이 겹쳐지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서지도 못하고서...
그늘진 얼굴만이 앞서서 나를 이끌고...
"날개"가 있다고 무작정 땅바닥 위로 뛰어내린 소설 속의 주인공을 경청하며 빼닮아가며 배워야 할,
결정의 시간이 꼭지점의 접점처럼 다가선 것인가......
'그사람' 저만치 그대로 놓아두고 되돌아서야만 하는가...
손도 내어보지 못하고 목청껏 이름 불러보지도 않고서 되돌아서야만 하는가...
'그사람'과는,
평생에 걸쳐 단 하루라도 함께 손잡고 나란히... 나란히 살아보지도 못했건만...
꿈인가... "만주 벌판을 말 달리던 선구자"께서도 "꿈"을 꾸었고 세상에 보란 듯이 그"꿈"은 이루어졌는데도......
나란,
이대로 발길 돌리면서 고개만 축 늘어뜨려 떨구어야만 할까...
구질구질한 내 목숨도 그대로 세상 저 쪽으로 감쪽같이 자쥐를 감추고야 말 것인가... 정말 이대로만......
그'그리움'은 정말 어찌하고야 말 것인가...
어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처럼 정확하고 세밀하고 날카롭게 도려내어,
구멍난 가슴 속을 보여야만 정녕 '그대'는 들끓는 이내 심정을 그때서야 알아채고 말 것인가...
그'그리움'에 "매몰된" 가슴 움켜쥐고 그'사랑'을 쳐다보아야만 한다.
소리쳐서 '그사람'을 불러보지도 못하면서...
남보기 좋으라고 겉으로는 멋모르고 짐짓 팔짱을 끼고서 태연한 체 하지만,
분노 설움 울분 뒤섞인 혼란함과 어리둥절함이 헝클어진 혼미를 거듭한다.
그래도 '그사람'뿐인걸 !
'그사람'은 유별난 사랑, 독특한 사랑, 매우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늘 좋은게 좋은 것만은 아닐지라도......
한 남자는 하늘과 땅사이에서 오직 우연에 내몰린 '그리움'뿐이고,
한 여자는 원치않는 '사랑'이기 때문인가......
기찻길처럼 평행선인 듯한 멀고 먼 "간극"은 가슴으로부터 슬픔을 호소한다.
그'그리움'은 세상에 태어나는 것처럼 생겨나 버렸고,
그'사랑'은 소설을 짓듯이, 그림을 그리듯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 내어야만 하는 것을,
경지에 다달은 예술가의 혼이 담긴 열정이 녹아든 손길이 서린 그런 높다란 마음으로만...
"불후의 명작 !"
구멍난 가슴 속에는 촛농 뚝뚝 소리없이 흘러내리듯 그리움만 녹아 있지않고,
설움 이기심 시기 질투... 등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퇴적층처럼 침잠해져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문 뒤에 숨어서라도 '그사람' 쳐다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