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약에...

라금덕 2013. 3. 15. 11:57
만약에...
만약에 내가 세상에 없는 경우가 - 한 줌의 재처럼...

길고 긴 부끄러움의 터널에서 흔연히 자유로와진다면

남겨진 사람들의 면면은 어떠한 심정일까...

'죽음'이라는 - 자연발생적이든 인위적이든 -

절대절명의 순간에 막상 맞닥뜨린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었을까...

타고난 사람의 운명이 제각기 피동적으로 주어졌듯이,

사람들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듯이,

사람들의 나고 살다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삶과 생활의 행로가 열이면 열 모두 다가 일정하지 않듯이,

맞닥뜨린 그 순간의 회한 기쁨 보람 두려움... 그런 얽혀진 감정 심정 또한 다르겠지만,

나는 어떠할까...

어깨 곧추 세울만한 여유로운 행복에 겨운 감정이나 기억이 없으면...

세상에 다시 없을 슬픈 심정만이 부끄러운 반성 미안한 구석에 웅크린 마음 덩어리만 안개처럼 뒤덮히고 말텐데...

아직 내게 주어진 시련의 고통의 순서는 남아 있기에,

섣불리 지레짐작만으로 훌쩍 그르칠 수는 없겠지......

"살며... 사랑하며..."

그리워해야할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고 -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사랑해야할 사람은 그리워하는 '그사람'뿐이고,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긍정적인 의지로,

아직은 홀연히 무의미하게 떠나야할 때가 아니라고...

"떠난 사람 돌아 온다는 봄비는 내리고..."  물색없이...

계절감에 어울리지 않을 마음가짐과 몸가짐에 허덕이고 만다. 

내일은 눈을  뜨고 아직 세상 위에 놓여 있음을 자각할 수 있을까...

뭐했나......

'그사람'이라는 그'그리움' 한 가지도 세상이라는 연못 호수 강 바다에서 건져내지도 못하고서......

허겁지검 베끼기만 했던 허둥지둥 뒤따라 가는 땀 흘려가며 뒤쫓아가기에 바쁜......

버스 안에서 전차안에서,

모두들 자리에 앉아 있는데 우두커니 나 혼자서만 서서 있는 막다른 형국...

일체의 접점도 없이...

좀체로 닿을 수도 없을... 대체 닿지 못한다는 -

아릿아릿한 아득함만이 최선의 방책이 되고 만다는,

그'그리움' 그'사랑' '그사람'이라는 꿈 뒤에 교묘히 숨겨진 인내가...

죽음을 몸살나게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럼없이 찾아줄 것인데......

"과정은 자신에게 맡기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것."...

그'그리움'은 내가 있는 힘을 다해 쏟아부어야할 절대절명의 과제이고,

그'사랑'은 '그사람'의 몫이 되는것인가...

'그사람'이 손을 내밀어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려는 내게 선뜻 내어주는, 

구원의 손길 말이다.

결국, '그사람'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