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빼꼼히...
빼꼼히 문을 지긋이 열고서 허용된 틈새로 바라다 본다거나...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말이 많다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말이 많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이 말문을 잡아챈다는,
두려움이 섞인,
모름지기 말이 많으면 안된다는 인습적인 관념은 무척 오래된 부끄러움 또는 두려움이...
중구난방으로 앞다투어 휘황찬란한 낱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일이 열거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아도 되는... 저절로,
잠시 뒤로 물러서서 스스로 재촉하는 탄성 섞인 낱말들의 배열을 은근히 바라다 보기만 해도,
그것은 곧이 곧대로 근사한 문장이 된다. 보기 드물게 반듯한...
우글거리던 가슴속에서 툭하고 튕겨나듯이 볼거지는 탄성만을 앞세운 감동의 열매들이 그러하다.
그럴 수 밖에는 달리...
깊게 사무치는 '한 대상'을,
생명같은 숨소리의 '한 존재'를 불현듯,
꿈에 뵌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던 "신의 은총"처럼 막막히 닥쳐 왔던 찰나의 그 접점에서,
감히 벌렁거리던 가슴을 옹골지게 닫아두지도 못하면서,
정신줄이 몸밖으로 잠시 잠깐 넋을 잃어버렸다.
'그사람'이 그러하거늘...
내 앞으로 밝아오던 '그사람'의 "아우라"서린 그 빛이 그랬었고,
그 빛에 휘영청 황홀함에 가슴이 멀고 눈이 감겨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후' 줄곧... 이 후로도 내내...
그것말고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소리내지 않는 항변만이 나를 견뎌내게 한다.
'그사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빛나는 존재감에 절대적으로 기인하고,
벼락맞아 나뒹굴어진 대추나무가지 닮은 휑한 가슴만이 결과이다. 어쩌라고...
무슨 이유에서이든지,
자발적으로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자나깨나 '그사람'이 좋기만 한 것을 !
어쩌자고...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을 !
내 보고 잘못했다 잘 됐다 세상 누구도 할 수가 없는 것을...
그런 몰상식한 나를 - 구멍난 내가슴을 '그사람'도 일일이 짚어가며 잘잘못을 지적해낼 수가 없을 것을......
이렇듯 하소연할 데 없는 막막함을 사람이 지닌 소견으로는 도무지 풀어헤칠 길이 그 또한,
막다른 길에 봉착되어진다.
물흐르듯이... 변화무쌍한 자연의 변화를,
"일반적인 이치를 국한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이 이와 같다."는 그나마 구구한 변명과 핑계만을 붙들고 의지하고서
버틴다...
'그사람', 닿을 수 없음은...
눈 부벼대며 밤을 새더라도 해낼 수 없는 개학 전날, 방학숙제, 그림일기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