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무채색...
'그리움'은 누가 뭐래도 일률적이다. 일방적인...
'사랑'은 그에 따른 사랑은 일률적이지 않다. 상대적인...
어떡하지...
생면부지의 세상사람 중에는 나를 보고 웃어주는 누군가도 가끔씩은 있기도 한데...
어찌해서 '그사람'은 나를 보고서도 해맑게 웃어보이지를 않나, 시시때때로...
'그리움'은 "냇물이 흘러흘러 강물이 되듯"이,
내리 '그사람' 향해서만 불철주야 흐른다고 하지만,
'사랑'은 손뼉 마주치듯이 짝짝짝!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면 안되나...
'그리움'은 말못하는 순수성만을 띠어야만 하고,
'사랑'은 이기심에 어우러진 무슨 주관적인 관념에 무척 함몰되어야만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나...
애닯다...
'그리움'은 무채색이다. 누구도 심각하게 거들떠 보지 않는...
'그리움'은 시, 소설, 수필 등에 어울린다. 또는 '논픽션'... '픽션...
'사랑'은 연극, 영화가 된다.
무채색에 일종의 색깔을 입힌 순정한 의미의 채색이 서리게 된다. 두고두고 눈도 떼지 못하는 그림이...
무채색은 다소 변화가 더딜지라도,
색깔의 음염의 변화가 희미하겠지만 꾸준히 버틴다. 구름, 빗물, 눈송이처럼 묵묵히...
'사랑'에 덧씌어진 색깔은 화려하다못해 눈이 부실지경이다.
햇빛의 일조량이 덜하거나 더하거나...
구름이 뒤덮이거나 무작정 빗물이 앞길을 가로막거나... 우산이 없네요...
눈부심과 그 화려함은 울며불며 매달리는 영화와 연극의 장면... 장면이 가슴에 돌덩어리를 사정없이 던지고...
던지고 만다.
사랑은 빛도 바래지거나,
극장 간판에 새로이 색깔을 덧칠해야만 하거나,
굳이 다른 샛깔을 입혀야만 한다는 장기적인 그런 순환이 반드시 필요할거라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나 또한 시, 소설, 또는 수필을 죽을만큼 써대야만 한다고...
일렁거리고 뭉클거리는 '그리움'이 태산같아서 밤새도록 하얗게 변한 그'그리움'처럼,
책상 머리맡에 들쑤시고 팔 걷어붙이고 앉은 원고지 위에도 여태 텅빈,
안타깝고도 하염없는 여백만이 마주하고 있다. 내내...
"타들어가는 가슴만이"...
그 옛날에,
심 청'도 아버지 심 학규의 눈을 번쩍 뜨게 하였었고,
'성 춘향'도 양반네 '이 몽룡'을 다시 만나는 천재일우의 얼싸안은 기쁨을 누렸었다고 심심찮게 전해진다.
다시, '심 순애와 이 수일"은 다이아몬드 반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열렬한 사랑을 이루어냈을까...
그들의 뒷이야기는 아무래도 나 밖에 써야할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심청전"도 "춘향전"도 무채색이다.
"이 수일과 심 순애"는 총천연색이다.
반짝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등장하니...
공양미 삼백 석에 눈을 뜬 심 학규가,
오매불망 이 몽룡만을 그리던 성 춘향이 부럽기만 하다. 어쩌나, 나는...
'십 년은 구애해야 '그사람' 마음 얻을 수 있겠지'...
"일만 시간의 법칙"이,
'종이학'도 천 번을 접어야만 한다는...
결국, "그 정도도 안해!"
구구절절이 나는 궁여지책일 뿐이고,
사면초가에의 난색함에 처해 있다.
구멍난 가슴을 앞세운 절체절명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