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향연은...
춤추고 노래하고 얼싸안고 둥근 원을 그려가며 맴맴도는 그런...
왁자지껄하든지... 시끌벅적 하든지 그런...
어떤 견뎌내기 어려운 피할 수 없는 격정에 휩입어 와락 부둥켜 안음의 펄펄 끓는 용광로가 아닐지라도...
나는,
평소보다 아주 일찍 잠이 깨고 집을 나서는 그 즈음에,
하필, 이 시절의 이 계절인 바에야...
"바람은 제 혼자 오지를 않는다."는 말이 가장 먼저 나를 선잠에서 일꺠운다.
밤사이의 혼잡한 깊은 번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잠시"...
문득, 고개 들어 입은 무작정 벌려지고만...
나뭇가지 흔들리고 발 아래 이리저리 쏘다닐 듯한 우수수... 우수수...
그런 상식적인 의태어가 가슴에 내려 앉는 의성어가 되어 발 아래의 그 묶음처럼 겹겹이 쌓이는 듯...
여명은 아직 멀은 듯... 아... '그사람의 현존'도 멀게만...
밤 사이의 짙은 검정색이 아직 세상의 사물들에 뒤를 잡혀 있는 듯 한데...
밤사이 꼿꼿이 불침번을 선 듯한 "치자빛" 불빛에 나뭇가지에는 황금색이 즐비하다.
경이롭게도 !
심지어 '주렁주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느 과수원의 흐드러진 풍요의 상징이 아니더라도,
"형형색색"의...
눈도 아프지 않을 나뭇잎들은 신화 속의 '미다스'의 황금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듯 그 아래의 나마저 물들이고 만다.
다만, 입 벌린 채로...
그 풍요의 색감을 인적 드문 때아닌 이른 아침절에 몸소 만끽한다. '그사람'이 내게 끼쳐 주고 있는 영광만큼 !
'주렁주렁'... 나는 망연히 서서 혼자만의 '향연'을 만끽한다.
'바람은 저 혼자 오지도 않고 소리까지 내지도 않는다.'는...
나뭇가지 흔들흔들... 때로는 욱하는 소리내면서 부러지기 까지도...
'그사람' 손 끝이 닿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처럼...
이즈음에는... 그것이 발 아래 수북한 모습으로 자신의 도래와 안착을 저도 모르게 알린다. 감성적인 울림이...
잠든 사이에는... 더더구나 우수수... 저 바람과 어울린 교묘함과 오밀조밀함은 의성어로 환골탈태한 듯,
구멍난 가슴에 녹록히 파고들고 만다. 그'그리움'의 잉태가...
어쩌지...
스치듯 바람인 줄 알았었는데... 가지 말라고 붙잡지 않아도 두문불출하고 가슴 한 가운데에 깊숙이 자세를 묻고,
자리를 움튼다는...
그래서, 구멍이 난 그'그리움'의 심각한 태동이 그랬었고,
이후에,
'그사람'이 내게는 영광이다.
바람이 분다고 의성어가 가슴에 자리 잡고 말면...
그'그리움'의 구애나 그'사랑'의 열렬한 구가는 도를 넘어서게 되나...
웅크림이 기지개를 켜고 포효하듯 '그사람' 찾아 나서는가...
어쩌지...
도무지, '바람은 제 혼자서 오지 않는다...'는 편견이...
'영광'은 잠시 뒤로 밀린 채 팔짱을 끼고서 물끄러미 딴전을 피우듯 그러하고...
외롭다거나 쓸쓸함이라거나...
현격한 고독과 마주 앉아 따라가고 싶어 바람을 쳐다본다거나...
낯선 어딘가의 구석짐에 숨어 들어 낯모르는 사람들을 쳐다본다거나 하는 그런...
발 아래처럼 쓸어 모아지지 않는... 너저분하게 널린 끈적끈적함이 손안에 묻어난다는 그런...
강요 당한다는...
슬픔에 지쳐 그렁그렁함이 눈시울을 무례하게 적시고,
아니, '그사람' 보고 싶어 목놓아 땅을 치며 쏟아내어야만 한다는...
내몰린 절박함이 손쉽게 가만 내뱌려두지를 않는다는 이상야릇함이,
목전의 '향연'을 만끽한 천재일우의 순간 나열보다 길고 길게만 닥쳐 온다.
'그사람'에 이르는 길 또한, 멀고 먼 길...
하지만, 그'사랑'은 "형형색색의 전설"이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