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두는 그'그리움'
챙겨두는 그'그리움'이...
나에게,
그'그리움'은 "필수적"이다. 그것이 그'사랑'의 기본원리가 된다는 가설이 있다.
지극히 혼자만의 행복한 가설이...
그래도,
"선천적으로 성숙함과는 거리가 먼..."
턱없이 부족하기만한 부끄러움이...
지금 당장 순식간에 '그사람' 손끝에 닿지 못해도,
곧이어 닥쳐올 빼어난 순간을 위해서 - 어제가 그랬었고 오늘이 그러하고...
손님처럼 왕림할 내일 때문에라도 그'그리움'은 꼭꼭 챙겨두어야만 한다.
일상적일 듯한 두 사람만의 대화가,
"만날 수 있어...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
"미리 알려줘요..."
"......"
그'그리움'은 챙겨두어야만 하고 그'사랑'은 아직 멀다.는,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그사람'을 충분히 마주 닿았던 어제가 있었다.
오늘도 어제의 내일이 되었고 오늘은 다시 내일의 어제가 될테지...
가까스로 추스리는 마음가짐이 절절매며 발 뒤꿈치 들고서 조심스러운 몸동작으로 더듬더듬 벽을 만져 가며 한 발작...
한 발자국씩 보폭을 무시하며 발걸음 떼어 걷듯이,
그리워하는 마음의 숨소리도 살금살금 조바심 인다.
행여, '그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참,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말이다.
'그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여전히 나는 이기적으로 무슨 자기 합리화에 머물러 있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들키지 않으려는 조마조마한 마음 들킬까 봐서... 눈치챌까봐서 덜덜거리는... 그런...
내 잘못을 - 태연하게 '허름하다'는 본연의 잘못을 '그사람'은 물론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감추고 모른체 하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하는 힘겨운 모습을 도리어 쳐다 보는 나는,
...... "떠나야만 하는가"...
쉽게 찾아지지 않을 어느 어둠 속에 살짝 숨어 들어야 하는가...
"세월이 가도 옛날은 남는 것..."
그'그리움'은 이렇듯 욕심 사나운 이기심일 뿐인가...
그'사랑'은 인류문명 발전사 속의 '코즈모폴리탄'적인 무한함 뿐인데...
'순애보'적인 그리움과 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은 대관절 맨 처음 누가 만들어 두었는가.
그리움도 사랑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무슨 관습 또는 어떤 규정이나 규범을...
현해탄 위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사의 찬미"는...
"벙어리 삼용이"의 그 가슴은...
"백치 아다다"의 그 절절함은 또 어떡하지...
말도 한 마디 온전히 건네지도 못하고서 글썽거리며 높다란 꼭대기에서 흔연히 떨어져 내린 그 영화 속, "킹콩"은...
제 가슴은 이렇답니다. '가슴에 구멍이 났어요!'
'그사람 이후', 그 후에는 고꾸라질 듯 그'그리움'이,
'옹기종기 어깨 밀치면서 모여 앉아 웅성거리는 동네 꼬마들 어깨 너머로,
뜨겁게 달구어진 연탄불 위에서 설탕이 오그라들듯이 녹아드는 그런 상태를,
호기심으로 쳐다 보는 심정의 쉼없는 이어짐 뿐입니다.' ......
전쟁으로 인한 융단폭격으로 초토화된 산천초목에 꿋꿋한 생명이 파릇파릇 올라 오듯이,
그'그리움'에 이어진 그'사랑'에도 봅바람이 불어 올까요...
궁여지책의 내 생활이,
아직 골목길 꺾여진 모퉁이에 머물러 있지만서도 그럴 수는 없어요...
뒤돌아 보며 어디론가 떠나야만 했던 흑백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반추하기 싫고,
그'그리움'이 사무치게 깊어만 가고... 그러면서도,
그'사랑'이 점점 무르익어 가면서 '보고 싶어요!' 라는 숨죽인 목메인 절규보다,
미안해요... 라는 이성적인 말이 서슴없이 쏟아진다.
'그사람'은 나 아니었다면...
천진난만하게 살아 오던대로 꿈속처럼 행복한 감정에만 충실히 살아갈텐데... 하는 그런 무지몽매함믈 쏟아내며,
그'그리움'은 한 쪽으로 제쳐두고라도 반성하고 더더욱 일목요연한 심정으로 정진하며 갈고 닦아야만 한다는 것을...
나는,
'그사람'과 함께 더불어 "떳떳하게" 살고 싶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만 구멍난 가슴에 품고 있어 왔다.
"언덕 위의 아름다운 집에서" 손 잡고 살고 싶다는 그럴 수 있도록 "신께 갈구하나이다!"
'보고 싶네요'
'나도 벌써 보고 싶다.' 그런 소망만이...
그래서,
아니, 이런 겹경사가 ! 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 그런,
엉겁결의 본능적인 감탄문 만이 '그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나름의 유일한 사정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