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땅거미는 이미 저 쪽으로 손쓸 새도 없이 가버렸고...
어느 때처럼 버스에 올라타고서 창가에 턱 고이고 자칭 고즈넉한 모습으로...
꿈꾸는 듯한 모습이 서슴없다.
몸에 익히 밴 듯한 그런 작위적인 작태가 물씬 자유롭다.
하루의 시작이 장엄하였던 듯 했었지만 애써 마련한 나의 정해진 일과의 종언도 사뭇 자랑스럽지 않다는,
무슨 불만에 가득찬 몸부림이 안타깝다.
그런데,
스스럼없이 그 고즈넉한 - 짐짓 젠체하려는 무슨 '댄디즘'의 몸짓 - 태도에서도 한껏 비켜서고,
우뚝 솟은 산봉우리의 눈 내려앉은 소나무처럼 무슨 "독야청청" 하는 그런...
속내 태연히 감춘 울분 섞인 집요하고 꿋꿋한 생각과 의식의 도도한 흐름이 있다. '그사람'이라는 지고함이...
그'그리움'이라는 지극함이... 한 치도 비켜서지 않는 일념이...
'현존'에 의해 숨소리가 평온해지고,
어떤 시점 어느 순간에서도 절절매는 '그사람' 때문에,
잠시라도 차창에 머리 기댄 고양된 철학적인 "본질"의 탐구라는 자못 거창하리만큼의 고즈넉한 모습에서도,
나는,
"아주 서글픈 장면"을 먼저 익숙하게 연출해 내어야만 한다는,
'그사람' 그리고 그'그리움'이...
'세상 모든 것은 색과 빛이 바래지게 마련이다.'
올 해 입었던 옷은 내 년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색과 그 빛깔이 아니다라는...
옷과 생활양식에 적용되는 디자인과 세간의 유행도 해를 넘기면... 계절이 바뀌면...
영락없이 손을 떠나고 마음에서 하나 둘씩 멀어지고 그늘 속에 추억처럼 방치하게 된다는...
이따금씩 또는 때때로 '휴머니즘'에 가까스로 잠시 잠깐 추억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도 하지만...
머리를 싸매고 어떤 심오한 "본질"을 추구하고 끊임없이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흔히 말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새로움은 설혹, "본질"을 추구하는 힘에 부치고 지닌한 몸짓일지라도,
'그사람'에게는 그'그리움'에 전적으로 의지한 채로 그'사랑'은 "본질" 자체로서만이 내게 허여된다는.
순간순간이 매일매일이 심지어 꿈속의 황홀함 속에서도,
나는 '그사람'에 의한 그'그리움'의 현란함을 마다할 수 있는 빼어난 의지와 이성적인 면은 없다는.
'가슴에 구멍이 났다.'
새로움이 매 번 순간순간 최초의 인류의 "불의 발견"처럼 가슴속에서 부터 쇳물처럼 용솟음치고,
그'그리움'에는 찰나의 나태함도 용서되지 않는다는 엄격함이 따라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