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그사람'이라면,
그'그리움'이라면...
어느 것 하나도 내 스스로,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서 좌지우지할 수가 없다.
'그게 사랑이라면...'
(무엇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몸서리치는 전율처럼,
벌벌 떨면서 내게 수도 없이 이르고, 타이르고,
내게 자문하고, 내게 맹세하고 그랬는데...
참, 위대한 사람 ! '그사람'은...
반이성적인 잘못이 느닷없이 불거져서......
어찌 이토록 한 발자국도 발을 떼어놓지 못하도록 꼼짝없이
얼어붙게 만들어버린 것일까 !
비는 "왕십리"에만 오지 않을 듯하다.
어줍잖은, 어설픈 치기어린 잘못으로 인해서
하물며 '그사람'의 목소리마저 마주대할 수 없는 '형벌'이라면,
백 배, 천 배 용서만 구하면서 감내해야만 하나...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벅차오르는 기쁨을 맞이하려면...
아침햇살이 창을 비집고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 오듯이 !
결국,
어제, "복사꽃"과 "살구꽃"을 구분지어 설명해달라는 '그사람'이 내준 숙제를
해내지 못한 나의 무지가 잘못 또는 형벌로서 귀결되어진 것일까.
저 멀리, 그리고 저 높이...
아득함...
손끝에 애닯은 조바심...
'그사람'이 그러하다.
잘못했으면, 잘못도 달게 받아야지.
산울림 여울지는 목소리마저 차마 닿을 수 없는......
"비는 구름이 오래 오래 참았다가 쏟아내는 그리움..."
한동안 그래야만 하겠지.
잘못, 닿을 수없는 허허로운 형벌...
그리움으로, 그'그리움' 때문이 아닌 막막한 단절감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막아서고 나섰다.
'그사람'의 '그렁그렁한' 인사마저 물리친
내가 잘못했다.
"빨리 목소리 닿자! " 그렇게까지 이야기 했는데, '그사람'은.
꼼짝없이 배겨낼 수 없는 이 지독한 그 '그리움' 그게 전부인 것을.
어쩌자고......
아무 것도 어쩌지 못하면서,
숨도 못쉬면서, 목까지 조여올 것을......
한 발자국도 뗴어내지 못할 거면서......
우둔한, 어처구니 없이 어리석은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