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길 수도 없으면서...

라금덕 2012. 5. 4. 14:39

'그사람'의 목소리 울려 퍼지던 전화기 내려 가고,

뒤도 안돌아 보고 정녕 돌아 오지 않을 먼 길 떠나는 것처럼,

쌀쌀맞게 돌아서는 모습처럼...

전화기 손에서 놓는다.

'그사람'의 "어록"같은 말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볼거지는 어둑 어둑한 문제는 어느 때나 나 일뿐이다.

이리 저리...  오락 가락...  갈팡 질팡하는 마음 속의 일렁거림이 들쑥 날쑥 불규칙적임이다.

들끓고, 넘쳐 나고, 애닯아 고개 숙여 무릎 꿇고,

힘이 다해 수그리고 숨을 고르는 결승점의  육상 선수처럼,

그런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이 온통 부지기수 인데,

쓸데없이 밀쳐 두고,

바람직하지 않은 먹구름 기어이 끌어대다가 눈부심만 흥건한 가슴을 덮어 버린다.

'이길 수도 없으면서...'

'견딜 수도 없으면서...'

몹쓸 놈의 지지리도 못난 열등감이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을 보자,

고개를 바짝 쳐들고 나선 것인가...

내 그리움만 위대하고, 내 사랑하는 마음만 무궁무진하다는,

얄팍한 이기심이 가슴 속에 옹골차게 자리 잡은,

'그사람'이란 우뚝 솟은 산맥의 한 구탱이를 야금 야금 파내고 있는가...

그래, 형편 껏 그 '눈부신 현존'을 손끝에 닿고 말자.

형편이 속수무책이면,  

'이길 수도 없지만...'  '견딜 수도 없지만...'

먹먹한 간절하기만한 설레임 부여 잡고 맨 주먹으로 담벼락 쳐 보기라도 하면 되지 않을까...

여전히 나는 멀었는데...

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해 주기를...

조르지도 못하면서 목이 빠져라 쳐다만 보고,

반듯이 누워서 어찌 감나무만 쳐다 보고 있는가...

형체도, 크기도 알 수 없는 검푸른 구름이,

손에 잡히지도 않는 부자연스러운  공포심 머금고 이물질 같은 것들이,

가슴에 '그사람'에게서 부여 받은 찬란함을 혼탁하게 오염지우고,

얼룩지게 하는 듯 하다.

더 이상,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데,

대체, 나는 '그사람'에게 무얼 바라는가...

언뜻 언뜻,

불쑥 불쑥 조바심 재촉하는 두려움이 저 쪽 어두운 골목,

쫓겨 들어간 막다른 골목으로 자꾸 숨어들게만 하지만...

'그게 사랑이니까!'

'그게 그사람이니까!'  나는 떠벌리며 자랑할 만하다.

무수히 세상에 소리쳐 자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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