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리움의 현신

라금덕 2012. 10. 17. 15:36

밤이 웅웅... 이슥토록 꼬박,

벽만 마주보고  서성대다가,

얼핏 설핏 잠이든 새벽녘에.

손님처럼 문 밖이 궁금했다.

화들짝,

문을 열고 보니 텅 빈 바람만 앉은 그 곳에,

나뭇잎이 몰라보게 붉었다.

그리움이 부끄러웠나...

사랑만이 울며 불며 매달렸나...

밤새 '누구'를 손꼽아 고대하다,

말못할 터질듯 상기된 핏빛 머금었는가...

울먹이다가...

바람에까지 떠밀려 품은 그리움 채 버텨내지 못하고.

발아래 수북이 쌓이고만...

그리움에 절은...

사랑을 품기만 한 저 나뭇잎은,

내지르는 비명도 감춘 채,

꼬박 뜬눈으로 밤새운 핏빛에도,

다만, 빛을 머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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