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대로 한겨울의 함박눈이 내렸다
보기좋게 어떤 꾸준한 일렁거림도 없이 일정한 심장소리만이 이어진다. 어쩌라고 그토록 무덤덤해졌을까...
눈이 소복한 채로 한밤중을 맞이한다. 얼핏 내다본 한밤중은 고요한 적막감이 실로 펼쳐보이는 듯 하다.
이윽고 올려다본 밤하늘, 누군가께서 저 알듯말듯한 밤중의 하늘을 "가지빛"이라 하셨고, 그 아래에 천연덕스럽게 움크리고 있는
잡힐듯 말듯한 가로등 불빛을, "치자빛"이라 말씀하셨다.
내 키보다 훨씬 우뚝한 주공아파트 15츨 중간높이 바로 옆에 누운 반달이 새선명하다. 입이 절로 벌어지지 않고 가슴을 움켜쥔다.
꼭 '그림'이다!
어찌 저럴수가...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새삼 숨겨둔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다.
길고 긴 남모를 한숨이 입김처럼 뿜어져 나오고 만다. 그럼에도 어쩌랴......
일기예보대로 오후에 '눈'이 내리고야 말았다.
새하얀 '눈'이 내렸다. 우산이 필요했다. 우산 속으르 비집고 어꺠위에 소복함이 쌓였다.
아랑곳없이 발길을 재촉한다. "이비인후과"에 가야만 하기 떄문이었다.
하얀 가운을 단정히 입고계신 의사선생님께 의례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인사를 드린다.
입을 벌리고, 코를 들추고 순간 끼어든 따끔함에 눈살을 찡긋거린다. 눈을 감고 있기에 의사선생님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두 손모으고 인사를 드리면 의사선생님께서는 반드시 일어서서 답례를 주신다. 내게 "선생님!"이라고까지 응대를 하신다.
치료를 받는 환자로서 송구한 일이다. 의사선생님은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 선생님께서 내게 "오늘은 진료받는 환자가 많아서 힘에 부쳐서 일어서서 인사를 못드린다고 미안해 하셨다."
그리고, 오늘,
꼬박꼬박 의사선생님의 말씀대로 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성실함"이 돋보였다고 진료비를 한사코 받지 않으셨다.
병원문을 나서고 처마밑에서 물끄러미 짙게 드리운 잿빛 하늘을 응시하면서 가슴에 새하얀 빛이 응어리진 가슴을 쓰다듬고
있었다. 눈이 오고말면 팔짝팔짝 뛰어다니던 강아지의 발바닥이었다.
그제서야 얄팍하기는 해도 씨익 웃어제끼는 일렁거림이 기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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