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거르는 일

라금덕 2013. 3. 11. 15:23

가슴에 분노가 서린다. 살짝...

살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희미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살짝 서린 분노를 표출할 만한,

그 분노에 의한 무슨 상대방이 있는 그런 것은 아닐지라도......

불현듯,

이제까지의 삶과 생활의 모든 것에 대한,

전폭적인 반성, 회한의 의미 그런 지독한 결과로서의 그런 회색빛 마음가짐이......

손 내밀어 닿을 수 없고 그 손끝에 닿지 못하고,

내내 꿈쩍도 않는 '그사람'의 목소리라도 숨죽이며 고대하다가도,

번번이 허연빛의 손바닥만 쳐다보게 되는,

세상 사람들이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도 없을 고개 숙이고서 뒤돌아서야 하는 모습의,

어떤 쓸쓸함만이,

그렇게 남보기에도 살얼음 위의 아슬아슬함처럼 가슴에 분노가 끼여들었을거다라고......

덩달아 '그사람'으로 인한 그리움이라는,

'그사람'이라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껴보고 만끽하고 싶은데도......

어떤 도리... 가지런한 마음가짐...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닿고 싶은 절실한 마음을 가져보지만,

언제나,

'그사람'에 대한 나로서의 도리를 내세우며 긴장 풀고,

살얼음 낀 일종의 분노를 자리에 주저 앉힌다. 매우 역설적이게도......

그처럼 어줍잖음은 스쳐 지나는 것이겠지요 !

이내,

자신이 어리석음을 깨달았고 나는 아직 멀었다고...

사랑일 뿐인데......

구구한 이기적인 변명처럼,

줄곧...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닿을 수 없겠지... 하는 두려움이 반반씩 섞여 저울질 하듯이,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 헤집고 있어 왔다.

왜냐하면,

'그사람' 이후에,

"심장이 이토록 격렬하게 고동친 적은 없었다."는 대명제만이,

바람 속에 덩그러한 나의 등뒤를 떠받친다.

바람 탓일까...

"바람은 한 번도 스스로 제 존재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때로는 먼지를 날리기도 하고,

때로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나뭇잎 바닥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치기도 하고......

그 바람탓이었을까...

"눈가에 살짝 눈물이 비치고..."

그리움은  하염없다.

"정말이지 꿈 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어쩌랴... 어쩌랴...

'그사람' 닿는 일을 거르면 탈이 나고 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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