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느 날 저녁의 그 바람은,

라금덕 2012. 3. 11. 19:13

'산사'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분다고 배우지는 않았는데,,,

저 쪽 높은 하늘에서 비집고 아우성치며 들어서던 햇살이 투명하게 보이고,

휘영청 달빛처럼 느슨하게 휘어진 나뭇가지  나뭇잎이 그토록 몸을 떨어댄다.

그 떨림이 눈에 보이는 바람이 되었다.

그 사이사이 목덜미가 스산하도록 움츠러들지만,

왠지, 오래도록 함께 버티어온 그리움처럼 정겨운 바람이다.

산사...

그래서 두려움은 앞서고 손등에 부딪는 아우성의 바람은

산신령님의 부릅뜬 숨소리마냥,

낮게 앉으신 부처님의 자애로운 미소처럼 온화하게,

정갈하게, 그리고 향기롭게 건네진다.

한껏 우러러 대웅전 마루바닥에 자세 더할 수 없이 낮추고,

머리 조아리며 이마를 짐짓 짓찧지만,

발뒤꿈치의 혼탁한 더깨더깨함처럼,

온통 자리잡은 숱한 상념들은 떨어지지를 않는다.

"무념무상"을 소원하지만,

그릇된  마음, "사념"은 괴로움에 옷만 덕지덕지 입혀준다.

햇살과 더불어 바람결만 향기롭다.

살랑거리는 바람결따라서...

여전히 저 먼 산...

울컥울컥 솟구치는 서러움 괜히,  홀연히 비껴 서  있고,

혼자만이 망연히 찬바람 맞는 그런 순간순간이

'영겁'의 시간이다. 지금 내게는...

'그사람'으로 인해,

그 '그리움'으로 인해 미어지는 가슴은 고사하고,

깊이 사무친다.

울먹거림은 죄인이다!

다시 고개를 내밀고 아는 체를 하는 꿈속에서의 수어 번의 당혹스러움처럼,

어김없이 어설픈  기억은 눈을 뜨고 살아내야하는 생활에도 여전하다.

글썽거림은 죄인이다!

그 날, 그 밤, 그 시간즈음에 '그사람'의 자동차의 미등은,

평소 가지고 있던 감각 속의 시간길이의 개념보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재빠르게 멀어졌다. (눈깜짝할 새에)

바람이 훅 - 하고 밀어붙이듯이...

그게 간절히 절망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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