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Taxi number, 서울3?아 6?4?

라금덕 2012. 3. 28. 01:55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지척에  '그사람'이 다니러 왔다.

어느 전철역...  전차를 내리고 길 위로 올라서자 어리둥절해진다.

낯선  곳, 어디...

그곳이 눈에 밟힌다.

'그사람'이 그곳, 코 닿을 데,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그 '그리움'은 여전히,

기어이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을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그사람'으로 인해서,

......

맨 처음 부터 그랬다.

무작정이든, 무분별이든, 

가마고, 오마고 약속이 있었던, 없었던지 간에...

무슨 경건한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아버지 옆에 서서 두 손 다소곳이 모으고 큰절 하듯이,

어머니 말씀 지엄하게 좇아서,

시루떡과 정한수 놓인 장독대에 엎디어 정성스레 절 올리듯이,

나는, 나는 가장 심오한  의식을 치루었었다.

'그사람'을 마주대하고자 하면,

조마조마하는 일련의 의식까지 치루어내는 듯이 온갖  준비된 마음을 지닌다.

기차표 손에 쥐고,

coffee는 꼭 정해진 어느 매장에서 어느  시간즈음에 사야만 하고,

기차가 출발 몇 분 전 즈음에,

고개 한 번  숙이고 고개 이윽고 고개들어,

무겁고 장중한 발걸음을 뗴어 놓으면서 기차를 타야만 한다.

'그사람' 손끝에 고스란히 마주 대하려고!

그 후로도 줄곧...

참으로 알 수 없는 한 가지 !

  '그사람이 세상에,  땅위의 사람들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엄염한 사실을...'

지척에서도,  코 닿을 데에서도, 

taxi의 미등을 망연히 바라다보아야만 했다.

"가지빛" 밤하늘,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울긋불긋 현란한  간판불빛,  자동차의 불빛들이 휘황한...

그곳이 아님에도,  이곳에서도...

taxi는 무심결  '그사람' 앉자마자 홀연히, 메아리처럼 멀어진다.

숨소리 죽이고서 몇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하고서,

고자리에서 내내 서있어야만 했다.

전혀 뜻박의 공간과 길 위에 '그사람'이 혹시나하는 안위가,

그리고 못내 미끄러지듯 손목에서 놓쳐버린 그 어릴적 발만 동동거리던,

수소가스 풍선의 어려운 기억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taxi number 서울 3?아 6?4?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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