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면 코 닿을 데...
지척에 '그사람'이 다니러 왔다.
어느 전철역... 전차를 내리고 길 위로 올라서자 어리둥절해진다.
낯선 곳, 어디...
그곳이 눈에 밟힌다.
'그사람'이 그곳, 코 닿을 데,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그 '그리움'은 여전히,
기어이 구름 위에 두둥실 떠 있을 듯한 기분을 만끽하게 한다.
'그사람'으로 인해서,
......
맨 처음 부터 그랬다.
무작정이든, 무분별이든,
가마고, 오마고 약속이 있었던, 없었던지 간에...
무슨 경건한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아버지 옆에 서서 두 손 다소곳이 모으고 큰절 하듯이,
어머니 말씀 지엄하게 좇아서,
시루떡과 정한수 놓인 장독대에 엎디어 정성스레 절 올리듯이,
나는, 나는 가장 심오한 의식을 치루었었다.
'그사람'을 마주대하고자 하면,
조마조마하는 일련의 의식까지 치루어내는 듯이 온갖 준비된 마음을 지닌다.
기차표 손에 쥐고,
coffee는 꼭 정해진 어느 매장에서 어느 시간즈음에 사야만 하고,
기차가 출발 몇 분 전 즈음에,
고개 한 번 숙이고 고개 이윽고 고개들어,
무겁고 장중한 발걸음을 뗴어 놓으면서 기차를 타야만 한다.
'그사람' 손끝에 고스란히 마주 대하려고!
그 후로도 줄곧...
참으로 알 수 없는 한 가지 !
'그사람이 세상에, 땅위의 사람들처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엄염한 사실을...'
지척에서도, 코 닿을 데에서도,
taxi의 미등을 망연히 바라다보아야만 했다.
"가지빛" 밤하늘, 사람들의 왁자지껄함, 울긋불긋 현란한 간판불빛, 자동차의 불빛들이 휘황한...
그곳이 아님에도, 이곳에서도...
taxi는 무심결 '그사람' 앉자마자 홀연히, 메아리처럼 멀어진다.
숨소리 죽이고서 몇 발자국도 옮겨보지 못하고서,
고자리에서 내내 서있어야만 했다.
전혀 뜻박의 공간과 길 위에 '그사람'이 혹시나하는 안위가,
그리고 못내 미끄러지듯 손목에서 놓쳐버린 그 어릴적 발만 동동거리던,
수소가스 풍선의 어려운 기억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taxi number 서울 3?아 6?4? 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란, (1) (0) | 2012.03.28 |
---|---|
독실한 신자 (0) | 2012.03.28 |
바람은, 가을에만 찾아드는가... (0) | 2012.03.28 |
무량한 마음 (0) | 2012.03.28 |
말 또는, 낱말 (0) | 2012.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