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찰떡같은 약속

라금덕 2012. 3. 29. 22:42

가슴 무던히 졸여가면서 이제나, 저제나...

막연하지만, 희망, 소망, 그리고 애꿎은 희미한 소원이,

타고 난 운명과 팔자처럼 성큼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주기를 학수고대하기만...

연거푸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

잘못 되었다!

선택의 기로는 Yes, 또는  No! 는 언제나 코 앞에 닥쳐왔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내지는 못한다.

속내를 들킬새라 꼭꼭 감추어둔 허허로움만이,

살며시 비껴가는 말소리와 의미없는 웃음으로 숨통트이는 것처럼 토해진다.

부끄럽고  (치욕스런) 허름함 때문일까...

목소리 닿을 수 있다고 찰떡같이 이야기 해 놓고서...

일언반구 아무런 낌새조차 보내주지 않는 것은......

(서로의) 사는 모습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서일까 ?

(그사람의) 화려함 속에서, 망각 속에,  기억의 저 쪽에,

나 몰라라 밀쳐둔 것은 아닌지...

시간도 예외없이,  인정사정없이 슬금슬금 지나친다.

아는 체도 하지않고 세상에서 가장 곤란한 모습으로...

생각의 한계와 정도를 훨씬 넘어진 시간이 된다.

뜻도 없이 긴... 긴 한 숨이 급기야 새어나온다.

일렁거리던 둔탁한 숨소리는 겨우 자리를 차지한다.

폭력적일 정도로 솟아나는,

천지분간이 어려울 듯한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리도 내지 않고 쉬쉬하는 조그마한 크기의 화가...

분명,

'그사람'은 목소리 닿을 수 있다고 했는데... 찰떡같이...

화가 치밀어 오르는 데도,

멍청하니 두 손놓고 있는 모양새가 그리 못나보일 수 없다.

못생겼다,  나는,  엄청 못생겼다 !

'그사람'의 화려함 속에서 '나'를 망각했는가.

씁스레한 웃음 애써 지어보이며...

나는 세상천지에,  나는 나만이 '그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처신했다는,

우스꽝스런 이기심이 나를 곤혹스럽게 채근하고 있다.

뭐는 되고... 뭐는 안되고...

기다리고, 고대하고... 찰떡같이 약속 쥐고 있었다고...

동물적인, 폭력적인 화를 표현해 내지도 못하고...

먼 산 쳐다보면서 선문답하듯이,

어울리지 않는 웃음만 지껄이고 있는가...

무엇이 두려운가...

'구멍난 가슴' - 깊이도 넓이도 알 수 없는 구멍난 가슴이 있는데,

과연, 무엇이 두려운가...

얼핏,

올려다 본 하늘에는 별도 총총히 밝혀지고,

둥그런 달빛마저 교교히 나를 내리깔고 있었다.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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