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는 절벽... 앞에는 낭떠러지...
그 '그리움'은 그처럼 절박하다.
막다른 골목에 처하여, 뒤로는 숨을 곳도 뛰어 넘을 담벼락도 없다.
사방이 꽉 막혀버린 정사각형 공간,
숨쉴틈 없이 손바닥만한 창문도 허여되지 않는 그러한,
절박함과 절절함만이 온통 투성이다.
'그사람' 향한 그 '그리움'은 꼭 그러하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나를 한 가운데에 미리 앉혀놓고 사방팔방의 정사각형의 막다른 공간을,
꾸며놓은 듯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그런 '그리움'과 또 그런 '외로움'이다...
어느 시인께서,
"외로우니까 사람이지..."
'그사람'이 나를 '애물단지' 라고 불러 주었다.
가슴에 불구덩이 끌어안고 숨을 막연히 쉬고는 있지만,
어느 덧 깜짝 놀랄 만큼 덴 듯한 뜨거움은,
이미 한 쪽으로 망각되어질만도 하지만,
데고 데인 가슴의 질펀한 흉터자국은 아물대로 아문 듯도 하지만,
언제고, 손가락으로 꾹 누르고 말면 금세라도,
벌건 핏방울이 참고 참았다는 듯이 봇물처럼 솟구친다.
디디고 디딘 봄바람의 보리밟기처럼,
벼르고 벼른 두 손 모은 무슨 소원성취처럼,
'가슴저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을 디딜 수 있는 땅바닥모양 그러하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 한 발자국 더 내어 딛고나면,
감추어진... 숨겨진 무지막지한 사막 한 가운데의 유전의 기름기둥 닮은 용솟음이,
외로움 넘어서고, 그 '그리움' 내딛고,
눈시울 벌게지는 감격, 격정, 그리고 환희로 나타난다.
'현시'... 눈앞에 바라다 보이는 뻔한 현상을 아득히,
아련하게나마 마주 대하는 가슴 아픈 시린 구석이,
절망을 먼저 알게 한다.
'그사람'은 ,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와 닿는다.
피눈물나는 포한처럼 가슴에 맺힌 외로움 일지라도...
......
마알간 냉정한 햇살 무방비로 내리쪼이던 그 해 초겨울,
감히 흘끔흘끔... 흘깃흘깃...
눈부시게 빛나던 '그사람' 쳐다보며,
가슴 졸이던 그 격정으로부터,
죽기 살기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기로 작정했다.
그리, 죽기 살기로 외로워하며,
고스란히 '현존'에 대한 목 길게 뺀 손꼽음이...
늘어나고... 이어지고 있다.
('현시': 나타내 보임
'포한': 한을 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