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신)"홍 길동전"

라금덕 2012. 7. 21. 00:58

내 기억속에, "홍 길동전"에,

달빛 어스름한 한 밤중에 홍 길동전의 주인공 길동은 혼자서 뜨락을 거닐면서,

자신의 딱한 처지를 비관하여 땅이 꺼질 듯한 한숨만을 토해 낸다.

그 모습을 문득 발견한 길동의 아버지는 그 연유를 소상히 물어 온다.

한참 동안이나 머뭇거리다가 서자출신인 자신은 아비를 아버지라, 형을 형이라,

부르지도 못한다는 절망어린 이야기를 건넨다.

......

홍 길동은 뜻한 바 있어 출가를 단행하고 "싸부"를 만나고 신출귀몰하는 도술까지 몸에 익히고,

세상을 구제한다.

......

그 '그리움'은 그립다! 하지 못하고...

그'사랑'은 사랑해요! 하지 못하는 구석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철철 넘쳐 나는 들끓는 그리움 어찌 어찌 해내지 못해도 입 밖으로 절규섞인 우러름을 차마,

쏟아내지 못하는 형국은 있다...

문드러지는 가슴 한 켠 구겨지도록 움켜 쥐고 땅바닥에 무릎 꿇어야만 하는 지경이 되도,

그리움 이루 다 풀어 헤쳐내지 못하는 곤궁한 논리는 언제나 산다는 것의 방해꾼이 된다.

무지개 빛 그 '그리움'도, 장미빛 그 '사랑'도 멈칫 멈칫 눈치를 보아야만 하는,

잿빛의 구름은 호시탐탐 기회만 엿본다.

쉼없이 그 '그리움'은 가슴마다 여울지고 있지만,

"홍 길동전"에 버금 가는 '신, 홍길동전'을 나는 구태여 써 놓아야만 한다.

"싸부"는 어디에 계실까... 금강산에 계실까... 철조망이 가로 막혀...

그럼에도...

큰 뜻을 품고 세상을 구하고자 '길동'처럼 집을 나서서 길을 정처없이 떠날 수는 없다.

그'그리움'은 저 만치 있고,

그 '사랑'은 '그곳'에만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집으로 들어 서는 "귀소본능"어린 일상성이 '그사람'과 나는 눈을 씻고 보아도,

그 일상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성어린 탄식만이 줄곧 이어진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잠 못 이루는 긴 긴 밤을 그렇다 손 치더라도,

그 '그리움'은 그립다! 하지 못하고...

그'사랑'을 하늘 우러러 사랑해요! 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

또... 어찌 웬말인가...

숨이 넘어 가는 그 '그리움'은 치기 어린 몸부림일 뿐인가...

애닯다 외쳐대는 그'사랑'은 천편일률적인 소설 속의 감탄사 섞인 인용문일 뿐인가...

아님에도... 나는 항변조차 마다한 채,

'그렁그렁함' 제쳐 둔채, 높낮이가 있는 글썽거림으로 울부짖는 '그사람'을 듣고만 서 있다.

나는 죄인이다...

세상에다 대고서 외마디 외침이라도 질러 댈 수 있을까 ...

이대로 숨 몰아 쉬며 전전 긍긍해 하다가 스러질까봐...

홍 길동의 처지도 아니면서 대명 천지에  '그사람'에게 그립다!고도,

사랑해요! 라고도,  보고 싶어요!라고도 말도 못하는 것은 정말 무엇일까...

이래 저래 나는 죄인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결점   (0) 2012.07.22
주어진 일상   (0) 2012.07.22
손짓하는 이별   (0) 2012.07.20
시냇물은 졸졸...  (0) 2012.07.20
무슨 꺠달음   (0) 201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