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몰라,
외로움 타다 지쳐 쓰러지고,
그리움은 쇳물 녹듯이 가슴에 녹아 내려 처연한 모습으로 줄줄걸리고,
무슨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의 경직된 근엄함처럼,
자못 비장함처럼,
두 손 하늘 높이 벌리고 서서 짐짓 포효하는 시늉내듯,
"나, 돌아가고 싶어 !"
"나, 돌아갈래 !" 라며 순순히 외쳐 본다.
새벽녘, 아직 머뭇거리니까 그렇겠지...
떠나기를 준비하는 뭇사람들 사이로...
떠나갈 사람들을 태연히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불빛들...
나 또한 무작정 떠나가고 싶을 뿐, 내리고 싶을 때까지 어디론가...
아무도 알아채 주지 못하는 그 어딘가에로 무턱대고...
지치다 헤매이다 예의 두 팔 벌리고 서서,
"나, 돌아갈래 !"를 원없이 외칠 때까지,
그냥, 떠나고 나면 다소 이 외로움에 찌든 구석으로 몰린 괴로움에서 자유를 찾아낼까...
달빛도, 그 옆의 별빛도,
반짝거리는 불빛도 통증을 호소하듯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순진한 외로움 때문일까...
내몰린 그리움 때문일까...
사랑은 꼭 이래야만 하나... 머리 감싸쥐고,
가슴 짓이기듯 부여잡고,
흉터없는 상처의 흔적을 보면서 거칠게 담벼락을 쳐대고,
하늘에다 대고 불분명한 대거리를 해내어야만 그래도 버텨내는 것인가...
호수 위의 나룻배 노 저어가며,
수면 위의 잔물결 손등에 조심조심 묻혀가며 비할 수 없는 웃음만 함빡 지어낼 수는 없나...
숨가뿐 사랑의 시작... 사랑의 완성...
그리움에 연이은 깜짝깜짝 놀라기만 하는 사랑의... 흐름은,
다만, 미루어두기만 하여야하나...
함박웃움이 철철 넘쳐나는 사랑의 기쁨은 요원한 것일까...
어김없이,
'그사람' 잃어 버리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서,
엄마만 찾는 봄소풍 갔던 유원지 미아보호소의 길 잃은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
어디로 가지...
과연, 나는 어디로 가면 될까...
남 보기에 내가 보기에,
사람들은 오고 가며 희희낙락하는데,
어찌 갈 곳 모르고 어설프기 그지없는 나그네 흉내만 일삼는가...
버림 받았다고... 그냥 치부해 버리면 한결 나을까...
두려운 마음만이 한 가득히...
행여, 못 볼까 봐서 언제까지고 못 닿을까 봐서,
끝도 모르고 달려가기만 하다가,
문득, 한적한 외딴 섬을 닮은 듯한 어느 주유소에 멈추고 싶다.
느릿느릿한 어느 노인의 졸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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