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잘 있지... 잘 있다..."

라금덕 2012. 5. 21. 15:48

모진 사랑...

아무 것도 자유스럽게 해 낼 수가 없는 속만 숯 검뎅이 새까맣게 묻어나는 절절 애만 끓이는 그런 지경인가...

저 쪽 먼 산... 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까...

저 쪽 먼 산을 쳐다 보면 줄줄 앞가슴을 타고 흘러 내리는 그 '그리움'은 그래도 삭여 낼 수가 있었을까...

얼마나 누르고 배겨낸 숱한 "순애보"적인 이야기들이 그저 '저 쪽 먼 산'으로,

한 움큼 덥석 덥석  흔적도 없이 내몰려 갔나...

어느 고고한 - 아니, 한껏 뽐내며 젠 체하는 것 하나 없이도 글썽거림만이 '저 쪽 먼 산'으로 다행히,

위로 같은 것은 되지 않았을까...

물동이 콸콸 넘치나듯이 울컥 쿨컥 숨쉴 틈도 없이, 미처 손 쓸 사이도 없이,

치밀어 오르는 가슴 터질 듯한 벅찬 그 '그리움'은 여지없이  줄줄거린다.

무슨 나라 잃은 슬픔 삭이고 마는지 눈시울 벌게지고만 있고,

고개 떨구는 슬픈 자화상처럼 저 쪽 먼 산 차마 어쩌지 못하고,

연거푸 애꿎게 땅바닥의 돌멩이만 냅다 걷어 차고 있는 불가항력적인 초라함이란...

소리 내지르고 싶다... "차라리 소리 지르세요!"

스스로 고통 키워내지 말고 차라라 달 빛아래 산등성이의 늑대처럼 소리를 지르세요...

다만, 그렇게 어루만지며 타이르고 싶다.나는,  나의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지금,

'그사람'의 속 깊은 마음 헤아릴 길이 없다고 항변하고 싶다.

그렇게라도 변명하고 싶다. 애써 그리하면 가슴이 어느 정도까지라도 편안해 질까... 

숨소리 또한 평온해 지려나...

어설픈 마음가짐이 '그사람'을 슬프게, 속 상하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나 보고 '그사람'이 "못된 것이..."라고 그토록 말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사람'이 내게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얼마 후에,

"이제 나도 안되거든요!" ('그사람'은 나를 보지 않고는 안된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토록 힘주어 똑똑하게 말을 해준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아무리 그러해도... 새 가슴만한 내 가슴은 그 '그리움'에 언제나 거덜이 난다.

'그사람'의 일상 속에 내 존재감은 있을까...

과연...

허무맹랑한 생각의 유혹이 끊임없이... '그사람'의 '현존의 부재' 속에 나를 치근덕거린다.

무슨 "순애보"처럼, 나는... 나는, (거창하게)

망부석이 되려고 바닷가 언덕 위에서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옷고름 입에 물고서 인내와 기다림의,

전설 속의 화신이 되려고 운명지워진 것인가...

꼭 짧은 한 마디면 되는데... (그리하면)

'저 쪽 먼 산'이 더도 덜도 모자라지 않을 터인데...

어찌 '저 쪽 먼 산'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가...

"잘 있지... 잘 있다..." 이러면 되는데...

꾹꾹... 배겨냄, 인내가 숯검뎅이 바스락 쪼개지고 잘게 흐물 흐물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벼락소리처럼,

사정없이 가슴을 내리친다...

제 아무리 우겨도 어쩌지 못하는 치욕스런 허름함이란,

고개 반듯이 들지도 못하고,

무슨 기다림 미학의 한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온전하게 감추려고 고개 돌려야만 하는 '저 쪽 먼 산' 필요도 없이 두고 두고,

생활처럼 손끝 닿으면서 물끄러미 희희낙락하며 바라다 볼 수는 없는가...

이제는,

어느 정도 무디어질만도 할텐데...

얼마 만큼 가슴이 뻔뻔스러워질 만도 될텐데...

발 동동구르면서 어쩌지도 못하고 애태우지 않아도 될텐데...

그렇지가 않네...

언제나 처럼,  가장 맨 처음인 것처럼,

생소하고 가슴 벅벅 숨이 가빠지는 설레임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