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말더듬

라금덕 2012. 5. 19. 22:39

생전 가 보지도 않았던  '그곳'에 가기 위해서 나는 버스표를 산다.

말을 더듬는다.... "ㄱ"과 "ㄷ"의 발음이 채 새어나오지를 않는 남다른 숨겨둔 고민이 있다.

'그곳'이 어디라고... 물어 물어 그곳에 가고자 한다.

......

'그사람'의 그렁그렁함이란,

반복적으로 되뇌이고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처럼 또박또박 공책에 받아 적어도,

더할 수 밖에 없는 솟구치는 감격이다.

'그렁그렁함'이란,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 방울이,

그 이슬 방울의 허허로운 무게 중심을 채 이기지도 못하고서 땅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순간 흘려버리는 아슬 아슬한,

안타까운 접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사람'은 가끔씩 서슬 퍼렇다.

서슬 퍼런 목소리와 냉랭함으로 고개를 일부러 돌려 댄다.

그 '그렁 그렁함'은 잠시 밀쳐 두고...

'그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나라는 독실한 신자의 맹신이 한참 부족하기 떄문이다.

변명처럼, 내게도 남모를 인간적인 고뇌가 부지기수 인데...

그래도,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이란, 충성심이다.

사리 사욕에, 이기적인 생각에 한 순간 몰두해서는 안되는 원칙일 뿐이다.

더듬 더듬 길을 물어 가면서,

더듬 더듬 말을 더듬거리면서 Bus표를 사고 '그곳'이 어딜지 몰라도 '그곳'을 연거푸 다녀 온다.

'그사람'의 서슬 퍼런 냉랭함 일 말이라도 보듬고자,

내 그리움의 그림자라도 먼 발치에서 혹시나 엿보고자...

대낮인데도 "불꺼진 창"을 올려다 보며 서성이다가 '그곳'을 다녀 온다.

서슬 퍼런 뾰로통해진 '그사람'을 어떻게 해서든지 손끝에 닿고자 무작정 길을 나섰다.

두리번... 두리번... 벌겋게 둔탁해 진 몸 의탁할 곳 어느 곳 하나 못찾아 헤매이면서도...

물어 물어 찾아 헤매이면서도,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기어이 '그사람'은 손끝에 닿고...

도리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사람'은 덜컥 병색이 완연하다.

부시부시한 맨 얼굴, 그렁 그렁함이 지나쳐서 눈물 바람 휘몰아 스치고 지나친 눈자위까지...

나는 죽일 놈이다...

혼자 만이 남겨진 덩그렁한 세상에서 부끄러움은,

천편 일률적으로 미동도 않은 채,

치욕처럼 부끄러운 고백이 스스럼없이 덩실 덩실 눈 앞에서 춤을 춘다.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일상처럼...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이렇게 살고 있는 뒤늦은 꺠달음이 치욕스럽다.

'그사람'이 병색으로 인해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을 본다...

그 '그리움'말고, 어지러운 현기증이 목구멍을 타고... 가슴을 타고 폭포수의 물줄기처럼,

슬픔으로... 치유할 길 없는  통증으로 이어진다.

온전한 나 만의 내 것인 것이 언제라도 없을 뿐이고,

언제나 혼자 인 것을,

무슨 바램을 바라 신성한 주술사의 의식을 거행하듯,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의 화분에 정성스레 물을 주듯이 가꾸어 내는가...

멀고 먼길,  길을 물어 물어 더듬어 가면서,

더듬 더듬 말 버거덕거리면서 버스표 사가지고,

생전 처음 '그곳'에 다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