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눈뜨고,
어머니의 품안으로 부터 태생적으로,
가슴 속에 꼭꼭 묻어 두었던 막연한 꿈의 대상이,
꿈 속의 여인이 분명 있었다.
"인연"의 "아사코"가 그랬었고,
징검다리 옆에 앉아 있던 "소나기"의 "서울 소녀"가 그랬었다.
'그사람'이 그렇게 말해 주었다.
"(우리는) 같이 살고 있지 않을 뿐..."
그 말이 내게 생명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 날 이후,
'그사람'은 삶의 이정표에 '마침표'가 된다.
더더구나, 이전에도 없었던, 어느 날 문득, 그 후로도 없을,
오직 '한 사람' 뿐인 마침표가 된다.
다시 숙명론처럼...
그럼에도... 손끝에 닿지 않는다는 인간적인 고뇌는,
슬금 슬금 도처에 도사리고 기회만을 호시탐탐 엿보인다.
무지개 빙 둘러 앉은 하늘을 우러르는 흠모하고 사랑하는 가슴에,
잿빛 엉겨 붙은 구름 번득이고,
줄줄 흘러내리기만 하는 빗방울 드문 드문 여전하다.
온전하게, 아주 반듯하게 '그사람'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주인공 이고 싶다...
자동차 미등의 쓸쓸함 이어지고, 끝없는 그 '그리움'의 추락도 어김없이 뒤따라 붙는다.
'그사람'이 그렇게 말해 주었다.
"가슴 아파 하지마... 우리의 운명인 걸..."
......
구태여 안위가 걱정일까... 밤새도록 아무 일 없었을까...
엉뚱하고, 소심한, 치욕적인, 이기적인 생각이 쉼없이 의문 부호를 달고,
취조실의 형사처럼 번득인다.
밤사이 꿈 속에서도 그 '그리움'은 자유롭지 않다.
이곳... 저곳에서 '그사람'을 찾아 떠도는 집 나간 며느리가 된다.
'그사람'은 꼭꼭 숨겨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귀한 사람이고, 꼭 한 사람 뿐인데...
여기 저기에서 기웃거리며, 길 가던 사람 소매 붙잡고 세상에서 가장 애처로운 몸가짐으로,
'그사람'을 찾는다.
어디에도 '존재감'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고...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 한 움큼의 가슴에 맺혀진 그 '그리움' -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이 두 눈을 감싸 쥔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철철 넘쳐 난다.
밤 열 두시... 성황당 고갯 마루에서 나는 '그사람'을 여전히...
이후로도 줄곧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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