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게,
문창살의 창호지 이든, 조금은 얼룩진 스테인드 글라스의 창문이든,
아침 나절이면 아우성 치며 어깨 밀치고 비집고 들어 서는 햇살이 좋기만 하다.
어느 때 부터,
눈을 뜨고 일어나 앉아 잠시 저 햇살의 빛과는 다른 어둠을 응시한다.
"나, 왜 이렇게 살고 있지..."
그 어영 부영한 살고 있음의 구체적인 모습들이 어찌 되었든 간에,
찬란히 부서져 내린 그 아침절에 서둘러서 어둠을 본다.
순수가 더듬거리고,
순정이 머뭇거리고,
숭고함이 멈칫 멈칫 두리번 거리면서 이 눈치 저 눈치에 목을 맨다.
다분히 지금은 묵묵 부답...
그럼에도 '그사람'이 닿지 않고 있음은, 침묵만이 살 길이다...
도대체 이 노릇을 어찌 하란 말인가...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이 순수의 열정을 도대체 나 보고 어찌 해 보라고...
뭉클 뭉클 솟구치는 울먹거림은 고사하고,
듬성 듬성, 듬뿍 듬뿍 한 움큼씩 뗴어 내듯이 가슴팍에서 떨어져 내리는,
이 숱한 그리움을 대체,
날 보고 어찌 감당해 보라고...
(다분히) 침묵해야만 한다고...
그것은 정녕 우수꽝스러운 사치일 뿐이다.
그것 또한 무슨 헛된 망령이 든 짓거리인가...
침묵이라니... 그것도 모자라서 사치라고 몰아 붙이니...
고스란히 들쭉 날쭉 일렁거리고, 들끓는 이 내 순수의 열정을,
'그사람'에게로 아무런 가감없이 표현해 내고 곧이 곧대로 옮겨 놓고 싶다.
그게 '소원'일 뿐이다.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옮겨 놓을 뿐,
이 순수, 그 순정에는 일말의 변함이 없다.
다만, 목소리마저 닿기라도 하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지뢰의 뇌관을 밟기라도 한 듯이,
쥐어 짜는 울분이 서글픔으로,
온갖 험악스럽게 분장한 성격파 배우 저리가라 할 만큼 우겨지고, 구겨지는,
와락 잡아 채는 그런 옹색한 형국이 된다.
꽉 움켜 쥔 옷자락은 금새 찢기우듯이 버티고 버텨야만 하는,
어느 큼지막한 목표와 목적지를 향해 달려 가듯이,
움켜 쥐고, 쥐어 짜고, 저 쪽 먼 산...
눈 둘곳 없는 먹먹함만이 곧이 곧대로 가슴을 타고 줄줄 흘러 내린다. 겨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일어 나야지, 일어 나야지 하면서도,
좀체로 일어날 수 없어서 이불 위에다 오줌을 싸 버린 그 옛날의 꿈결 속의 절대 불가항력처럼...
내 하도 많은 그 '그리움'은 그런,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절대의 불가항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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