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미치는 곳곳에 사람들의 - 그들만의 왁자지껄한 때로는 소그소근한 웅성거림이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눈둘 곳은 어디에도 없다. 세상천지에 '그사람'말고는...
'그사람'이 닿지 않고 끝모를 어리숙한 방황만이 나를 추켜세운다.
'그사람' 좀체로 손끝에 닿지않고 잿빛만이 두리번 두리번 어우러진채,
바로 두어 걸음 앞에서 웬 낯모를 사람 - 한 남자가 뒤뚱거리는 몸가짐으로 힘겹지만 치열하게 잎서가는 모습이 창연하다.
그 한 남자는, 그의 다리 또는 육신의 어딘가가 자유스럽지 않다는 확신까지 끼쳐든다.
흠칫, 내 발등을 내려다 본다...
시뻘건 부끄러움이... 두 다리 멀쩡한 나는 대체 무엇일까... 그'그리움' 하나 제멋대로 삭여내지도 못하고서...
'그사람'에게는 내가 어느 존재감일까... 의 부질없는 의구심만이...
온통 남모를 타인의 눈길에 나의 어정쩡한 뒷모습은 다시 무슨 형태로 비쳐질까 만이...
행여 또는 굳이,
서울 시내버스로 거의 두 정거장의 거리를 두 발걸음으로 겁도 내지 않고 무심코 길을 나섰다.
겸연쩍은 웃음이 비어지며 장도에 오르는 무공의 장군의 모습처럼...
버스요금이 덩달아 호주머니에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는 사치스러움을 망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어진 무슨 자랑처럼 내세운다.
보무도 당당히...
아니면, 호주머니에 처음부터 버스요금이 남아있지 않아서일까...
그 치열함의 와중에도,
한 쪽 손목은 오른쪽 호주머니에 불쑥 집어넣고 - 젠체하며 -
무겁듯 질질거리는 발걸음을 또박또박 앞서거니 뒤서거니 목표점을 앞세운 양,
낯모를 한 남자의 뒷모습과 무슨 반성만을 위로와 위안과 벗삼아서 내딛고 만다.
어깨위에 짊어진 생활의 무게 탓인지,
가슴에 얹혀진 구멍난 그'그리움'의 견딜 수 없는 통증 때문인지,
등허리에 짊어진 색바랜 가방의 들쑥날쑥한 무게감에 짓눌려서인지,
두 다리 멀쩡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나는,
앞서거니 몸이 불편한 듯한 한 남자보다 그 보다 더한 불편해보이는 어긋난 걸음걸이 이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이 모양으로 서성거리는 걸까... '그사람'은 이곳에 없고 '그곳'에 있는데도...
잠을 자듯, 그것도 선글라스(sunglass)까지 숨어서 길을 내닫는다. 햇빛이 비추나...
또박또박...
선글라스(sunglass)의 효용성 또는 효율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주는 계기가 엉겁결에 만들어졌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감추고, 세상은 가까스로 나를 볼 수 밖에 없다'는 희한한 자만심이,
희미한, 희희낙락해지는 미묘한 감정이 구름처럼 모여 깃털처럼 날아든다.
신대륙의 발견이나 한글창제의 업적처럼 무슨 위대한 발견처럼 자만에 빠지고 만다.
그렇지만, 못내...
세상은, 무슨 말을 내세워도 나의 구석진 현상보다 몇 배... 몇 곱절 훌륭하다.
다름이 아니고, 구멍난 그 '그리움' 빼고는...
"또 다른 그리움 찾아서..." "꿈 깨라고..."
던져진 농담처럼 그렇게 답해 주었다.
" 저, 좋아해요..." 라고 하릴없이 물어 본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혹시나 하고서...
그'사랑'이 찾아와 그'그리움'에 애걸복걸하는 메아리만이... 나에게는 '위대한 발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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