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Bvlgari"

라금덕 2012. 11. 29. 14:38

생활을 궁핍함을 벗어나기 위해 어딘가로 가야만 하는데...

아주 오랜 기억속에서 처음으로,

창문쪽에 자리를 차지한다.

그보다 먼저,

머리카락 위에 빗물이 엿보이자 그야말로 필사의 경주를 하였다. 

바깥온도와 상관없이 후끈거릴만큼...

다행이었다. 빗물은 안경글라스에 단지 몇방울 얹혔을 뿐이다.

창가쪽에 선선히 자리를 잡겠다고 이야기를 자청한다.

눈돌려 보아도 넓다란 활주로 위에는 아직 여명이 잠시 머뭇거린다.

내가 미처 머리카락 위에 맞지않은 빗물이 번쩍번쩍 휑한 바닥위에 그득하다.

눈과 귀만이 내가 온전히 지니고 있는 듯한 감각인 것처럼,

인지능력이 있는 헝클어진 머릿속과 짓이겨진 가슴에는 묵직한 무게감만이,

언제부터인지도 모를만큼 하늘 위의 먹구름처럼 둔탁하게 드리워져 있다.

똑똑히 한 가지 생각 - 일념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움이란... 그 '사랑'이란...

그럼에도,

설핏 애써 모르는 누군가가 먹다남은 비닐쓰레기를 무턱대고 냅다 바닥에 버리고 만다.

그리움이 제아무리 애처로워도 고개돌리지 말 것을...

하늘 대신에 천정을 올려다보며 나는 "신"을 찾는다.

화급한 일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나는 나는 구멍난 가슴의 허허로운 먹먹함이고,

그리움에 줄줄 녹아내리는 가슴이고,

그 가슴에 피어오른 하늘 높은줄 모르게 솟구치는 사랑하는 마음가짐의  무한함 뿐이다.

다른 무엇이 나를 온통 걷잡을 수 없이 괴롭힐 것인가...

그리움의 태동은 태생적인 순수함이고,

그에 걸맞는 사랑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아름답게만 펼쳐져야만 한다는 자못...

당위성일 뿐이다.

"Bvlgari" 라는 표식의 손에 닿지 않는 글자가 유독 눈에 띈다.

저것은 또 무엇인가...

저 글자속에 무슨 가슴 찌르는 속사정이 숨어있는 곳일까...

생활의 빈한함 또는 곤궁함은 정녕 그리움에도 보이지 않는 방해가 되는가...

나는 아직 멀었단다...

갈고 닦아야만 할 많은 것들이 두서없이 순서도 정하지 않고 앞다투어 나를 채근한다.

순수함이란... 순진하다는 것은,

아름답게 승화시켜야만 한다는 절대절명의 위기감과 긴장감만이 절실하다.

아직 "신"께서는 손을 스스럼없이 내게 내밀어 절벽과 낭떠러지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나를 잡아주시지  않고 있다는...

스승께서는 산을 내려가라고 아직 말씀이 없으시다...

'그사람' 또한, 내가 못미덥다고 참고 참아내다가  넌지시 말을 내민다.

"(그'그리움'이) 소홀하다고..."

나는 아직 멀었다.

그래도 어쩌랴...

'그사람' 목소리마저 닿고말면 상쾌해진다.

누가 뭐래도 구멍난 그리움이 폄하되고,

죽을동 살동 모르는 사랑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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