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나뭇가지가 흔들린다고 했나...
세상 어디에서도 바람이 불고 그 바람 맞으며 서 있다. 낯선 곳...
'그사람' 찾아 헤매이며...
바람은 '그곳'에서만 불어대고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일은 '그곳'에서만 생길줄 알았던가...
생각에 생각을 중첩되게 거듭해야만 하는 일은,
생활에 부딪히는 일은,
나의 그리움은,
그'사랑'은 착각에 휘말려서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일이 되는가...
바람은 세상 곳곳에 아무런 이유없이 불어대고만...
나는 새삼스럽게 바람이 맨처음 맞이한 듯 어떤... 문득... 무슨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사람'도 지금 내가 하도 보고 싶어서 힘이 들거라는 둥...
여전히... 그리고 기어이 서성거린다.
'그사람의 현존'은 눈앞에 당장 나타날 수가 없고,
저 바람만이 나를 온전히 감싸안아줄 듯 우러나는 반가운 가슴으로 바람을 태연히 맞이한다.
두리번... 두리번 이리저리 찾아헤매이며,
"소리없는 아우성"...
단말마의 외침으로 구구절절한 그리움을 나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그리움은... 사랑은,
저 바람처럼 세상 어느 곳곳에서도,
세상 어느 천지에서도,
나를 쥐어짜듯이 꼼짝달싹 할 수가 없단다.
그대여, 사랑해!
......
바람은, 저 바람은,
무엇인가에 골이 잔뜩 났는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묵묵부답 불어만 댄다.
가늠할 수 없는 바람의 크기는 무엇에라도 나를 부여잡고 의지하도록 강요만 한다.
"쓰러지면 안돼!"
도리어,
바람이 부러운가...
나도 웬만큼은 대단한 헤아릴길 없는 화가 나기도 하는데 실제로 나는 그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다...
바람이 부럽다. 단순한 마음으로...
그나마,
세상 어디에도 바람이 불고...
나는 온몸으로 바람에 의지하고 서성거린다.
온몸으로 드문드문 찾아드는 화를 삭여내고 있다.
하물며,
북풍한설의 시베리아 오호츠크해의 바람만이 불어제치는 겨울임을 어떡하랴... 지금에서는 더욱...
바람에게,
그리움에 푹푹 점철된 가슴 움푹 떠다가 '그사람'에게 옮겨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