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기차를 타고서 '그곳'에 갔다.

라금덕 2013. 7. 16. 00:04

가슴은  미어터지듯 웅성거리고 손톱 옆 눈칫밥만 늘어난다.

찔금거리듯 아프다.

어디에선자 귀를 의심할만큼 실내는 소란스럽다.  사람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보태고,

쏟아진 각자의 말들이 배열없이 무질서하게 어우러지는 그런 모양이랄까...

역시 뚝 떨어져서 멀찌감치 한쪽 구석에 깊숙이 몸을 의지한다.

무분별한 숨소리는 예외없이 떠도는 공중에 섞이겠지만,

의식은 또렷이 한가지에만 집중적으로 몰두한다.

새삼스럽게 대견한 정신적인 체계를,

이성적인 반듯함을 견지하려 애쓴다.

나로서는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되는 정돈된 그런 모습이 참 좋다.

"혼자서는 목이 메어..."라든지,

"왜 이다지도 보고 싶을까 비내리는 밤이 오면..."라든지...

일기예보에 "호우주의보" 또는 장마전선의 남북으로 오락가락 한다든지... 꼭 그런,

일상성속의 이야기가 굳건히 잠재의식 속에 틀어박혀 정신체계를 좌지우지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계절은 여름철이고 때는 7월이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어디에서도 덩그렁  혼자 앉아서,

흠칫 놀라서 뒷걸음쳐서 흘러간 유행가의 자칫 심금을 울렸던 노랫말에 힘입은바 크다는,

나름대로의 위안을 삼고 있다는 명백한 현상 앞에 거울보듯이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만다.

그'그리움'은 꼬박 '사랑'인 것을...

천만다행이게도 저만치 하늘이 보인다.

허리춤 높이의 통유리창 너머에 한 폭의 그림이 대충 아로새겨 진다.

Camera '파인더' 속의 그런 훌륭한 화면도 스스럼없이 연상되어지고...

직사각형의 가로로 누운 듯한 화폭이...

몇 호짜리 그림이 될까, 풍경화...

하늘을 배경으로 삐쭉빼쭉 빌딩들이,  나뭇가지, 말없는 사람도 한두 명씩 지나가고... 지나치고...

바람도 질세라 화단 위의 풀잎들을 간간이 흔들어댄다.

저리저대로 그림을 그려낼 수만 있으면 참 좋을텐데...

"불후의 명작".  '그사람'이 꼭 그렇다 !

그리움이 순간 정지된 화폭속에 고스란히 담겨진 "반 고흐"의 일생처럼 심형을 기울인,

무슨 "불후의 명작"이 되고 말텐데...

붓으로 빗물을 어떻게 그려내지... 다행이다 !

호우주의보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곳은 빗방울 멈추어져 있고 구름의 빛깔도 얼마 전보다 엷어진 무채색이다.

잠시 전,

기차가 말없이 움직이고 있는 내내,

빗물은 소리까지 울려대며 쏟아붓고 있었다네...

지금 비 그치고... 구름 저 편 빗물 머금고 있고...

나는 창 안쪽에  장차 고즈넉이  앉아 있고...

창밖의 다소 소란스러움 귓전에 와 닿지 않고...

불현듯 키작은 이름모를 풀잎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바람에 흔들흔들 어깨들먹이며 돌돌돌...

휘청거리고 있다.

기어이 '그사람' 닿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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