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글쎄 그때가 맨처음일까... 이미 잉태된,
규정지어진 어느 자랑스러운 '운명'의 흐름은,
(그동안은) 잠시 멀어져, 아니 아주 오랫동안 멀어져있던
어느 규정지어진 "(인)연"은 그날 그렇게 얼굴을 간지럽히던 바람처럼
은근슬쩍 다가섰다. 미안함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러해도,
그바람은 폭풍우도 있었고,
그바람은 천둥과 번개와 벼락도 함께 깊숙이 담고 있었다.
어찌 그리도... 그 해, 10월의 햇빛은 그리도 곱게만 보였을까.
참, 새하얀 고운 햇살이었다. 그 날, 그 오후의 햇살은!
그 햇살이 그리고운 것은 '그사람'의 그 '현존'을 바라다보면서
두고두고 눈부심의 기억이 새로와졌다.
축복과 행운은 그즈음 불현듯 - 문득 귀에 닿고 가슴을
짓이겨놓기 시작했다.
분명, 맨처음 생각에 다가선 것은 "언감생심"... ('그사람'의 눈부심의 어마어마함으로 해서)
아무것도 소망하거나 소원할 수는 없었다.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다만... 그저 그'그리움'의 그런 '지나가는 바람이겠지...'하는 부질없음의 바램만 품을 수 밖에 없었다.
모습을 마주대하지 않았어도, '그사람'의 목소리만으로도
이미 '그사람'은 손끝에 닿을 수 없는 꿈속의 그런 사람이려니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하는 천편일률적인 그런 운명처럼...)
여뢍처럼! 그만한 사람이려니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차마 돌아서야만 하는 쓸쓸함만이 기억되는...)
그 10월의 가을날 오후, '그사람' 의 전화기 저쪽, 목소리가 처음 귓전을 울리던 순간,
가슴을 헤집기 시작하던 그날, 그 오후, 가을날은,
참으로 세상에서 꼭 한 번뿐인!
황홀한 순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