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저 멀리...
(이윽고) 소리소문없이 목소리 슬그머니, 다분히 황급히 손 쓸 사이도 없이 내려가고...
나 또한 황망함 감추려고 전화기 서둘러서 내리고야 만다.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천둥처럼, 벼락처럼" 가슴을 치던 '그사람'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나는 잠시라도 넋이라도 나간 어물쩡한 사람모양으로 마음 다잡지 못하고 눈만 멀뚱멍뚱한다.
......
어차피 태어난 인생, 이렇게 살다 갈 수는 없다.
나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행운'을 고스란히 가슴에 한껏 품고 있다.
그 행운! 그사람! 그리고 그 꿈!
나는 도체 '그사람'을 알고 지낸다는 엄연한 사실 - '알고 지낸다'는 그 말이 전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애써 객관적인 자세를 가다듬으면 우아해 질 듯하고, 달리 찾아낼 '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그 엄연한 행복이 내게 고대로 전율처럼 느껴지고 꿈꾸는 꿈이 아닌, 잠자는 꿈이 아닌,
언감생심 같은 사실로서 생생하기만한 이유를 모르겠다.
어찌 내게도 이만한 일이 생겨났는지 나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한참이나 전에,
'그사람'의 현존이 마침내 다가섰을 때 눈은 감겨지고 가슴만 구멍이 덜컥 나버리는 충격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현존'의 모습 다가서기도 전에, 그 형상어린 모습은 보여지기도 전에,
순간 자리를 박차고 벌떡 그 빛을 좇아...
마침내 눈부심에 가슴 움켜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기만 했었다.
겨우... 겨우... 자리에서 다만, 일어섰을 뿐이다.
마냥 신나고, 두려운 사람...
마치 삶의 , 인생의 목표와 꿈을 좇아 불철주야 매진하듯이 내게는 그 눈부심 이후,
'그사람'과 살고 싶다!는 그 한 가지 명제가 생활의 목표가 되었다.
내 삶의 꿈이 되었다.
꿈같은 '그사람'이 내 삶의 꿈이 되었다.
신나고, 두려운 삶의 목표를 향해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해야 하듯이...
그저 막연히 '그사람' 이전의 가슴 속에 꿈틀거리던 "부질없는 설레임"은 왠지 검은 빛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사람' 이후,
'그사람'을 마주 대하고픈 설레임은 환한 등대같은 불빛이다!
맨 처음부터, '그사람'의 환희에 찬 빛이 나를 화사하게 비추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부신 나머지 손을 들어 그 빛을 감당하지 못하는 몸짓이라도 짐짓 하지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참으로 눈부신 사람을 나는 곧이 곧대로 가슴에 한 움큼 품고 있다.
도무지 어쩌지... 어찌 할 바를 모르는 사람,
도체 몸이 말라리아처럼 덜덜 떨려서 '키니네'를 찾듯이 어쩌지 못하고서,
발만 동동 구르게 하는 사람!
언제나의 소원대로...
참, 많이 보고 싶다. 지금 당장...
바로 지금...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가슴에는 깊이도 넓이도 가늠할 수 없는 구멍이,
무슨 전쟁터의 폭탄자국처럼, 전쟁의 지울 수 없는 상흔처럼 두고 두고 나버렸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꿈꿀 수도 없었던,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엄청난 것들이 부지기수로,
그 가슴의 구멍 구멍에 메꾸어지기 시작했다. '그사람'이후 내내...
하늘에 여명을 뚫고 새벽이 열리면서 태양이 솟고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어 들고,
내 가슴에 그 태양보다, 그 고운 햇살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사람'의 빛이 화선지에 먹물스며들듯이, 창호지에 햇살 비집고 달겨 들듯이,
그처럼 고운 모습으로 가슴에는 장작더미 쪼개어지듯이,
뻑적지근하게 찾아든다.
도무지... '그사람'은 누구일까 ?
"누구시길래" 이토록 가슴 미어터지는 그 '그리움' 상처의 흉터처럼 깊게 새기어 두는 걸까...
"누구시길래"
일리자벳여왕님다운 사람이 어찌 나를 보듬어 주는 걸까...
'그사람'은 나로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태산같은 '현존'이다.
저쪽에 밀쳐 둔,
기억의 저 편에 고대로 자리잡은 그 먼 곳으로부터 감히 생각해 두고,
막막한 마음만으로 가슴에 새겨둔 그런 상상 속의 날개와 꿈은,
"그사람'으로 인해 어느 덧 불쑥 생시처럼...
생시의 엄연한 사실이 되었다.
목마름 달래려고 철철 넘쳐나는 두 손 모으고도 모자라서 "어떻게 해... 어떻게 하나..." 만
연신 내뱉을 수 밖에 없는,
선잠자다 가슴뭉클한 눈 비비고 일어나 뒷동산에 바라보던,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같은 사람!
길고 깊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은 내게,
"모든 것 다 버리고..." 선뜻 , 홀연히 손 내밀어,
어서 일어서서 이 쪽으로 나오라고 해주는 사람 !
......
눈 비비고, 세상의 햇빛도 눈부신데,
'그사람'의 찬란한 빛은 두 눈 멀게 한다.
손등으로, 팔뚝으로 그 빛 눈이 부셔서 막어서려 해도,
좀체로 그 빛은 나를 여지없이 눈멀게 한다.
살아내야지 !
하늘의 별이라도 딸듯이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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