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도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뜬금없는...
글쎄...
밤새 퍼붓던 빗물은 어스름 여명속에서 움찔 침잠하게 멈추었다.
길을 걷다가 앞을 다짜고짜로 가로막던 칠흑같던 장대비도 어느 접점의 순간에 나 몰라라 하는듯이 시치미를 뗀다.
다행히 저 산 넘어설 듯한 산꼭대기에 무지개 뜬다.
가던 길 태연히 멈추고 서서 손꼽으며 그'그리움' 아로새긴다. 닿을 수 있겠지...
그리움에도 소나기가 필요하다고...
그리움에도 밤사이 퍼붓던 화난 듯한 빗물도 필요하다고...
그리움에는 지평선 저 쪽 방긋 솟아난 무지개가 필요하다고...
유유자적 뒷짐지고서 걷거나 한 걸음에 달아나는 뜀박질이거나,
순간, 멈추어서서 앞을 바라다보거나,
뒤를 흠칫 돌아다 보아야 할 기회는 있어야만 하는 어떤 필요성을 나도 모르게 자각한다.
저만치 앞서만 가는 '그사람'과의 거리는 얼만큼 남아 있는지를 ...
얼마나 더 가야만 하는지를 ...
뒤돌아보아 하도많은 그'그리움'의 맹목적성은 얼만큼 이어져 오고 있는지를 ...
'그사람' 이후,
그'그리움'의 이력은 잘못이 없었는지...
무슨 실수는 없었는지...
가당치도 않은 잦은 실수나 잘못으로 나는,
여태 길 한복판에 서성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멀고 먼 길... 그'사랑'은 턱없이 앞서고만 있고,
'그사람' 닿을 길은 한 치도 좁혀지지 않는 쳇바퀴의 맴도는 망설임은 아닐런지...
아주 아주 꼼꼼히 살펴보아야만 한다고...
그래서,
예의 정신나간 멍청한 표정으로 눈동자만 멀뚱거리며 그것도 자동차 즐비하고 사람들 무작위로 붐벼대는,
길 한복판에 서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를 곰곰이 손가락 깨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창안에서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을 비우고 가슴을 비교적 가볍게 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Mug잔에 철철 넘치게 담긴 짙은 coffee를 혀끝으로 홀짝거리는 어떤 romantic한 감정도,
어설픈 사치스러움이 되고 만다. 어설픈...
그런게 아닐진대...
절절함... 먹먹함... 절실함만이...
어찌 이리도 가슴만 치는 안타까움이 온통 뒤범벅이 되나...
이 순간에,
나는 '로맨티스트'에서 소망을 담뿍 얹은 '리얼리스트'에 가깝게 되고 만다.
'현존'만이...
현실은... 깜깜하다.
멈칫할지라도 "더 나아짐"을 향해서,
그리움에도 다소 휴지기가 필요하다는 역설이 무슨 위안이 될까... 글쎄...
반성만이...
뒤로 한 발꿈치도 밀릴 수도 없는데...
그'그리움'도 갈 길은 멀고...
'그사람' 마주 닿을 순간도 태초의 "까마득한 하늘"처럼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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